피플 > 아산인 이야기 깊은 공감으로 방사선 치료의 시작을 열다 2026.07.09

저와 만나는 순간만은

환자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방사선종양팀 입체모의치료실 정현숙 과장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팀 정현숙 과장

 

2006년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해 치료계획 유닛(입체모의치료 파트와 치료계획 파트)과 치료 유닛을 모두 경험한 뒤 현재 입체모의치료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환자와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며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아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입체모의치료가 저와 잘 맞았어요. 환자가 취하기 힘든 자세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기민하게 알아채는 센스가 필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방사선 치료 전반을 경험하며 큰 틀의 개념을 잡은 덕분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머릿속에 대략적인 구상을 세울 수 있었죠.”

 

정 과장은 CT 영상뿐 아니라 전반적인 진단 영상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해외 연수와 글로벌 인재육성 과정을 두루 경험하며 다방면의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키워왔다.

 

환자 치료 부위에 맞게 고정체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방사선종양팀은 트루빔, 할시온, 사이버나이프 등 최첨단 치료 기기를 갖추고 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한 방사선 치료 계획으로 암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업무는 크게 치료 자세에 맞춰 CT영상을 얻는 입체모의치료 파트, 영상을 기반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치료계획 파트, 계획대로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 파트로 나뉜다. 정상 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 편의 중심으로 맞춤형 방사선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암 치료라는 긴 여정의 첫 관문인 입체모의치료 파트는 정현숙 과장을 포함한 5명의 방사선사가 3개의 입체모의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환자 기록과 영상 데이터를 리뷰하며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필요에 따라 부위별 개별 고정체를 제작해 환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로 모의치료를 시행한다. 해부학적 구조를 고려해 정상 장기에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세를 맞추고 정확한 타겟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조영제 사용에 따른 조영 효과 감별이나 영상의 적합성 등을 판단해야 하기에 CT 영상에 대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수많은 실전 경험이 요구된다. 방사선 치료의 첫 단계에서 암 환자들의 두려운 마음을 가장 먼저 다독이는 것도 이들이다.  

 

“입체모의치료는 하얀 도화지 상태의 환자를 두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고 초안을 잡는 역할이에요. 우리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준비하면 진료과의 결정과 치료 계획 수립, 치료 실행으로 이어지며 비로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거죠.”

 

▲ 방사선종양학과 윤산 레지던트(왼쪽)와 환자 정보에 대해 상의하는 모습.

 

오늘도 스무 명 남짓한 환자가 입체모의치료실의 문을 두드린다. 정현숙 과장은 누락되거나 불명확한 환자 기록을 꼼꼼히 체크하며 입체모의치료를 시작한다. 촬영 중 호흡은 이미지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지만 환자가 숨을 오래 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배정된 30분 동안 호흡 교육과 영상 파악, 자세 셋업을 병행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란 퍽 까다롭다. 게다가 자세 하나에 치료 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 정 과장은 매번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정확한 자세 유지를 도울 고정 기구도 그때그때 제작한다. 자유 호흡 상태에서 영상을 최대한 확보해 환자의 움직임까지 반영한 영상을 완성한 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상태로 치료실에 보낸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조영제 부작용을 일으키는 환자가 있을 수 있어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환자가 쓰러지기도 하고, 전 처치가 잘 되어있지 않으면 직장 내 가스를 제거하거나 소변을 추출해야 하고요. 그러다가 분변을 맞는 돌발 상황도 벌어지죠. 환자마다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해서 방사선 치료의 이해와 경험이 축적되기 전까지 혼자서 전전긍긍할 때가 많았어요.”  

 

정현숙 과장이 환자에게 호흡 교육을 하고 있다.

 

입체모의치료실에선 레지던트와 환자 정보에 대한 소통이 주를 이룬다. 한정된 시간에 판단과 시행을 해야 할 때 정 과장의 오랜 경험은 가장 빠르고 적합한 지름길을 찾아내는 이정표이자 가이드가 된다.

 

“환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꾸준히 생각하고 시도해 왔어요. 감염관리를 위해 환자 베개에 위생 팩을 씌워 보고, 엎드려 있어야 하는 환자들의 자세 유지를 위해 골반이 회전되지 않도록 스펀지로 고정 용구를 만들기도 하고요. 유방암 환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치료하지 않는 한쪽 가슴을 가려줄 가운을 직접 제작해보기도 했죠. 노하우가 부족했던 초창기에도 열정만은 늘 넘쳤어요.

 

최근에는 본인의 호흡을 확인하며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CT 테이블에 놓을 호흡영상장비 거치대를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와 함께 제작했어요. 지금도 입체모의치료실에서 용이하게 사용하고 있죠.”

 

“춥지 않으세요?” 다소 경직된 환자들에게 소소한 대화를 시도하며 입체모의치료실의 공기를 편안하게 바꾼다. 수술과 항암, 여러 시술을 거치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까지 아픈 환자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위로와 공감을 얻어가길 바라서다. “걱정이 많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편안하게 잘 마쳤어요”라는 환자의 인사는 정 과장의 하루에 소중한 쉼표가 된다.

 

“한 췌장암 환자가 내원했는데, 극심한 통증 때문에 테이블에 바르게 눕지 못하고 뒤척이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요. 그러다 제 손을 꼭 잡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동행한 자녀가 ‘이거 해야 안 아파, 조금만 참아보자’라고 다독였지만 ‘그러고 싶은데 너무 아파서 못 눕겠어’라며 엉엉 우셨어요. 애쓸수록 애달픈 마음이 전해져서 셋이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저와 만나는 순간만은 환자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하루라도 덜 아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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