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기록을 넘어선 달리기의 가치 2026.07.08

 

 

(AI 생성 일러스트)

 

 

2026년 4월 26일 런던 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벽을 허문 선수가 등장했다. 42.195km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한 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Sabastian Sawe)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기록은 경기 내내 100m를 약 17초의 페이스로 유지하며 달린 셈이다. 마라톤 역사상 최단 시간 기록을 새로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지만, 스포츠의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은 어디까지 향상될 수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화제를 만들었다. 사웨의 기록은 속도를 유지하는 동안 어떻게 몸을 회복하고 에너지를 아끼며 효율적으로 장거리를 달리는지 주목하게 만든다.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에 비해 단거리 달리기에서의 역량이 뒤처지는 편이지만, 장거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은 동물이 폭발적인 속도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특화돼 있는 반면, 인간은 일정한 속도로 오래 지속하며 뛰는 것에 강점을 가졌다. 이는 약 200만 년 전 인류가 ‘지구력 달리기(endurance running)’에 적응해 온 결과로 해석된다. 사냥감을 오랜 시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장거리 이동에 유리한 신체 구조가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이족보행, 긴 다리와 짧은 발가락, 아치형 발, 두꺼운 발뒤꿈치 패드, 탄성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아킬레스건, 체열 발산에 유리한 땀샘과 적은 체모 등이 대표적인 근거다. 에너지 시스템 측면에서는 심폐지구력과 대사적 유연성이 핵심이다. 지방과 탄수화물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며 일정한 속도를 오래 유지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뇌의 역할도 중요하다. 달리는 과정에서 뇌가 피로와 통증을 어떻게 해석하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달리기의 효율이 달라진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구축한 러너는 호흡, 심박수 변화, 근육의 피로감, 젖산 축적에 따른 대사 부담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달리는 동안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참는 능력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읽고 판단하는 능력에 가깝다. 반복적인 훈련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재해석하게 하고, 목표를 향해 더 오래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레이스 후반까지도 상대적으로 차분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달리기의 경험은 내 몸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42.195km를 완주하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중강도 달리기를 기반으로 심폐지구력과 지방 대사 능력을 키우고, 최소 8~12주 정도의 적응기를 거치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주 1회 장거리 달리기(long slow distance, LSD)를 통해 장시간 부하에 대한 적응을 만들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 유산소 한계치에서의 훈련(tempo run)과 고강도·저강도 반복 훈련(interval training)을 더하면 러닝 이코노미(running economy, 달리기 과정의 산소 효율)가 개선된다. 지속적인 중강도 달리기를 통해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과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 LT)를 향상시키면 신체 부담을 낮추고, 무산소 대사 의존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 ‘회복’이다. 달리기는 반복적인 충격과 근육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하중을 버티는 수축(eccentric contraction)을 수만 번 견뎌야 하는 운동이다. 근력과 신경근 조절 능력이 부족하면 아킬레스건, 족저근막, 무릎 등에 과부하가 누적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영양, 의도적인 회복 주간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 균형 감각을 함께 기르면 부상을 예방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5만 명 이상의 성인을 약 15년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달리기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달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약 30%, 심혈관 사망 위험이 약 45% 낮고 기대수명도 약 3년 길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효과가 많이, 빠르게 달려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 5~10분만 달려도 상당한 이점이 관찰된다. 결국 핵심은 꾸준함이다.


달리기의 가치는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신건강과 자기 조절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나아가 신체 능력의 향상을 넘어 잘 버티고 회복하는 마음까지 만들 수 있다. 마라톤이 위대한 이유는 42.195km를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 아닌 인간에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건진운영팀
심원섭 건강운동관리사

서울아산병원 건진운영팀에서 환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지도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체력, 근력, 근감소, 자세, 러닝 등 기초 체력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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