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일러스트)
건강검진 시즌이 지나면 친구들에게 연락이 자주 옵니다.
대부분은 말보다 검진결과를 캡처한 사진이 먼저 도착합니다.
"나 이거 괜찮은 거야?"
"빨간 글씨 떴는데 큰 병 아니지?"
어떤 검사가 이상인지 정확히 몰라도, 빨간 글씨를 보는 순간 걱정부터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할수록 불안은 더 커지고, 작은 이상도 큰 병의 신호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진료실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간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는데 괜찮을까요?"
"콜레스테롤이 높다는데 약을 먹어야 하나요?"
이럴 때 가장 먼저 드리는 말씀은 하나입니다.
빨간 글씨가 무조건 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검진 결과의 '정상 범위'는 건강한 사람들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한 참고범위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도 일부 검사에서는 참고범위를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모든 질환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의사는 결과지를 볼 때 숫자 하나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최근 감기에 걸린 적은 없었는지, 전날 술을 마시지는 않았는지, 평소보다 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복용 중인 약은 없는지, 이전 검사와 비교해 변화는 없는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건강검진에서 자주 궁금해하는 검사 결과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 백혈구 수치(WBC)가 높게 나왔어요.
백혈구 수치는 몸 상태에 따라 비교적 쉽게 변하는 검사입니다. 감기 같은 감염이나 스트레스, 흡연, 격한 운동만으로도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치 하나만 보기보다 다른 혈액검사 결과와 증상을 함께 확인해 의미를 판단합니다.
◆간수치(AST·ALT)가 높게 나왔어요.
간수치가 높아지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지방간이나 음주, 일부 약물은 물론 최근의 격한 운동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치가 반복해서 높거나 상승 폭이 크다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진료가 필요합니다.
◆혈당이 높게 나왔어요.
공복혈당은 한 번의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검사 당시의 금식 상태나 몸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필요하면 당화혈색소나 반복 검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왔어요.
콜레스테롤은 수치 하나만으로 치료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나이와 혈압, 흡연 여부, 당뇨병 유무 등을 함께 고려해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인지, 약물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합니다.
반대로 검사 결과에 빨간 글씨가 없더라도 살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거나, 오래 지속되는 기침이나 혈변 같은 새로운 증상이 있다면 검사 결과와 별개로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당장의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없는지, 같은 이상이 반복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건강검진은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해마다 이어지는 건강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에서 중요한 것은 빨간 글씨의 개수가 아니라, 그 결과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가정의학과
정휘원 레지던트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도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뉴스룸 칼럼을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수련하며 진료 현장에서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환자분들께 더 현실적이고 진심 어린 도움을 드리고자 저 역시 운동과 건강한 생활을 직접 실천하며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얻은 배움과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건강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