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일러스트)
예전에는 체력을 크게 의식하며 살아본 적이 없었다.
간호사가 되고 나서야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나는 원래 운동과 친한 사람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운동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대학교 시험 기간에도 밤새워 공부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간호사가 되어 3교대 근무를 시작하면서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쉽게 지치고 쉬어도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환자들에게 좋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체력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시작한 게 러닝이었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만이라도 꾸준히 뛰어 보자'는 목표와 함께 병원 근처 한강공원으로 나가 잠실대교를 바라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km를 뛰는 것도 버거웠고 숨이 차서 여러 번 걸음을 멈췄다. 혼자 달리는 게 힘들어 친구의 추천으로 러닝 앱을 설치했다. 이어폰을 끼면 코치가 옆에서 함께 뛰는 것처럼 호흡과 속도를 알려주었고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하듯 꾸준히 달렸다.
신기하게도 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1km도 힘들어하던 내가 어느새 5km를 달리고 10km까지 완주했다. 억지로 시작했던 운동은 어느 순간 기다려지는 취미가 됐다. 혼자 달리던 시간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러닝 모임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진 게 가장 크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근무가 끝나면 집에 가서 쉬기 바빴다면 이제는 근무 후에도 하루를 조금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운동에 대한 추억을 들을 때가 있다. 아프기 전에는 등산을 즐겼다는 분, 젊은 시절 육상선수였다고 웃으며 말하는 분도 계신다. 어떤 분은 투석이 없는 날에는 집 근처를 천천히 산책하는 게 하루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하셨다. 예전처럼 오래 걷거나 산을 오를 수는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움직이는 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건강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매일 마주한다. 환자들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치료를 받고 우리는 그 곁에서 회복을 함께 응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배운다.
요즘은 러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큰 비용이 들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 시작할 수 있다. 빠르게 달릴 필요도 없고 남과 비교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나 역시 체력을 기르려고 시작한 러닝 덕분에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강을 달리며 숨을 고르고 계절 변화를 느끼는 시간은 나에게 또 하나의 쉼이 되었다.
좋은 간호는 결국 건강한 간호사에게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달린다.
더 오래 환자 곁에 머물기 위해, 더 오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내과간호2팀
부소혜 주임
투석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일상과 생명 유지 치료의 의미를 바탕으로 간호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 현장과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투석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만성질환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통합내과병동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바쁜 근무 속에서도 러닝과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며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글로 풀어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