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작은 멈춤이 지킨 환자의 내일 2026.08.14

작은 확인이 만든 환자 안전

수술간호팀 박소현 주임

(AI 활용 일러스트)

 

수술실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한 공간이다. 의료진의 대화, 환자의 질문과 대답, 모니터 알람음까지. 한 수술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수술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정보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그중에서도 수술실 입구에서 이뤄지는 환자 확인은 이름과 등록번호를 맞춰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 전 준비사항은 물론, 수술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전달됐는지까지 다시 한번 살피며 앞선 확인을 이어받는 중요한 과정이다.

 

어느 주말, 응급수술을 위해 한 환자가 수술실에 도착했다. 나는 다른 환자의 퇴실을 돕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입실 전 환자 확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가는 대화가 어딘가 매끄럽지 않았다. 질문과 대답은 분명 이어지고 있었지만 서로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다음 수술 준비로 자리를 옮겨야 했지만 이대로 입실해도 괜찮을지 마음이 쓰였다. 나는 잠시 멈춰 확인 과정에 함께하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환자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편한 분이었다. 평소 중국어를 공부해 왔던 나는 조심스럽게 중국어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환자는 수술 전 식사를 했다며 털어놓았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금식은 단순한 준비사항이 아니다. 충분한 금식 없이 마취가 진행되면 흡인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식사 사실을 선뜻 말하지 못했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렵게 잡힌 응급수술이었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수술이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이 컸던 것이다. 환자의 말 속에서 치료를 받고 싶은 간절함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두려움이 함께 느껴졌다.

 

나는 환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 현재 상황과 금식이 필요한 이유와 충분한 금식 없이 마취를 진행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예정된 시간에 수술을 받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해당 내용을 곧바로 집도의와 마취의,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에게 전달했다. 발견한 정보가 환자안전으로 이어지려면 관련된 의료진 모두가 같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의료진이 환자에게 수술 연기 사유와 앞으로의 일정을 안내했고, 나는 그 내용이 환자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중국어로 설명했다. 환자는 병동으로 돌아가 수술 전 필요한 금식 시간을 채우기로 했고, 다행히 수술 일정도 다음 날로 조율됐다.

 

환자가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작은 확인 한 번이 환자의 안전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같은 질문이라도 환자가 충분히 이해했는지, 의료진을 신뢰하고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인지 살피는 태도가 절차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배웠다.

 

의료 현장에는 언어와 문화, 상황의 차이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틈이 생기기도 한다. 그 틈을 메우는 일은 거창한 절차가 아니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대화 속에서 한 번 더 묻고 확인하는 작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멈춤의 무게를, 나는 그날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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