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보호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세심한 간호 2026.08.10

서울아산병원 암병원간호2팀 지영아 과장 

 

2002년 산부인과 병동 근무를 시작으로 2008년부턴 산부인과 외래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9년 다시 돌아온 산부인과 병동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으로 전환되었고, 현재 이곳의 책임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신규 간호사의 업무를 돕고 중환자 발생 시 업무 분배와 케어, 병상 배정 등 직간접적으로 환자 간호에 참여하고 있다.

 

“보호자가 곁에 없어 환자분이 말하지 않으면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려워요. 계속 들여다보고 관찰하면서 어눌한 말투나 자꾸 잠에 빠져드는 모습 등 어제와 다른 변화를 찾아내야 하죠. 변화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서 환자에 대한 깊은 관심이 이 일의 최우선입니다.”

 

▲지영아 과장이 병동에서 환자의 운동을 돕고 있는 모습.

 

지영아 과장은 부서 PSN(Patient Safety Nurse)으로 활동하며, 병원 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다움’ 모임의 일원으로 일반병동과의 차별화와 간호간병 핵심가치 정착, 그리고 환자안전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75병동은 부인암을 비롯한 각종 부인과 질환을 치료하는 여성 환자 전용 병동이다. 2019년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으로 전환되어 현재 49명의 간호사와 7명의 간호조무사, 4명의 조무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간호사는 병실 내 상주하며 간호필요도를 사정한다. 항암 치료, 검사, 부인과 수술, 보존적 치료 환자를 간호하며 그에 더해 자세 변경, 운동, 기저귀 교환, 식사 보조, 세안, 양치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한다. 특히 신루관, 장루, 흉·복수배액관, 비위관, 소변줄 등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환자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그 속에 숨겨진 불편감이나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 참여를 위해 마련한 침상 옆 안내 보드에는 항암치료 일정과 검사 일정, 식사, 낙상, 욕창, 통증, 운동 보조 등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 내용으로 가득 채워진다. 매일 오전 10시에는 보호자 안심 문자를 일괄 전송해 환자의 일상을 공유하고 상담을 이어간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임종을 준비할 때는 의료진의 지시 하에 보호자 상주를 관리하기도 한다. 

 

“AI시대가 되어도 환자를 공감하고 돌보는 간호직은 대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고령자는 물론 미혼·비혼 가구가 늘면서 돌봄자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앞으로 확대될 역할과 책임을 알차게 준비해 나가야죠.”  

 

▲ 보호자와 전화 상담에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의사전달을 하고 있다.  

 

매일 오전 75병동에서는 환자안전 미팅과 ‘알아차림’ 순회가 진행된다. 낙상 위험성을 안내하고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환자 상태 관찰을 위해 낮 동안은 커튼을 열어두고 신발 위치, 침대 높이까지 세심하게 확인한다. “불편 사항은 언제든 알려주세요.” “화장실에 가실 때는 꼭 호출 벨을 눌러주세요.” 간호간병서비스가 낯설어 스스로 해결하려는 환자들에게 매번 반복하는 당부다.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분이 예쁜 모자나 두건을 쓰고 계세요. 누군가의 엄마이자 할머니, 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쓰이죠. 시간 날 때마다 다가가서 삶의 일부분을 나눕니다. 힘든 투병 중에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엔도르핀이 돌고 진통제 역할을 한다잖아요. ‘보험왕’ ‘칭찬 기부 천사’ ‘금손 헤어디자이너’ ‘둘째 아들 슈퍼 운영’과 같은 소소한 특징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시 만났을 때 이야기하면, 이 큰 병원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환자분들이 많이 고마워하세요.” 

 

거동이 어려워 4단계 심한 욕창을 가지고 있던 환자가 매달 입원할 때마다 욕창 크기가 확연히 감소해 있었다. 지 과장은 이전 사진과 비교해 보여주며 격려와 동기부여를 건넸다.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왜소한 체구에도 힘든 항암과 부작용을 견디는 환자들에게서 도리어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보호자의 역할을 대신하다 보면 100%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예민하던 환자분들도 자주 찾아뵙고 상태를 미리 파악해 간호해 드리면 마음을 열고 너그러워지시죠. 의료 행위를 하기 전 생년월일을 확인할 때 생일이 가까우면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미역국을 신청하고 작은 케이크와 손 편지를 전달하며 우리만의 생일 기분을 내죠.” 

 

▲ 같은 병동 김다혜 주임과 이중 투약 확인을 하고 있다. 

 

오늘 하루만 입원 22명, 퇴원 20명. 해야 할 업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스테이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환자들의 수술, 검사 일정까지 틈틈이 챙기느라 체력이 방전된 상태로 퇴근길에 올랐다. 로비를 지나가다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다. 7년 동안 7번의 수술과 항암을 병행하던 환자였다.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타과 입원으로 만나지 못한 최근 2년간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간의 치료 과정과 남은 기대 여명, 가족 걱정 등을 나누다가 결국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정이 든 환자분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돌봐 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20여 년간 항암과 수술을 반복하며 ‘불사조’라고 불리던 환자분이 있었어요. 씩씩하고 낙천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긴 투병의 고통을 털어놓으시곤 했죠. 결국 뇌출혈로 전원이 결정됐을 때 환자 손을 잡고 눈물을 훔쳤어요.

 

말기 암 환자를 돌볼 때에는 가족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불안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마음을 나누며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보살펴 드리고 있습니다. 눈물겨운 순간도 있지만, 항암 초기에 괴로워하던 환자분이 건강하게 걸어서 퇴원할 때 간호사로서 많은 위안과 보람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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