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논문 검색부터 영상·데이터 해석까지 하나로 2026.09.21

함께 연구하는 AI  ‘AMIST’ 

논문 검색부터 영상·데이터 해석까지 하나로

의공학연구소·재활의학과·정형외과 연구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할 시간’을 돌려주는 AI
의료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환자의 회복 양상은 일반적인가?’ ‘이 소견과 관련된 연구는 얼마나 나와 있을까?’ ‘수술 전후 영상과 검사 결과를 함께 보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실제 연구로 발전시키려면 논문과 임상시험을 검색하고, 환자 데이터를 정리하고, 영상을 분석한 뒤 결과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논문은 PubMed에, 환자 정보는 EMR과 검사 결과에, 영상은 PACS에, 기능 평가와 설문 자료는 여러 데이터베이스에 흩어져 있습니다. 최근 생성형 AI가 논문 검색이나 자료 요약에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한 가지 작업을 돕는 수준입니다. 결국 연구자는 여러 AI와 분석 프로그램을 오가며 각 결과의 연관성을 직접 정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AI 에이전트 ‘AMIST(AMC Motion Intelligence Science Team)’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26 AI 동료 연구자(Co-Scientist)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사업은 연구자가 단순 자료 조사나 코딩 보조를 넘어,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는 ‘공동 연구자’ 수준으로 AI를 활용하도록 장려합니다.


AMIST는 하나의 AI가 모든 문제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전문 AI들이 하나의 연구 질문을 함께 해결합니다. 연구자가 “이 환자의 수술 전후 상태를 분석하고 관련 연구도 찾아줘”라고 질문하면 ‘Supervisor Agent’가 질문의 의도를 먼저 파악합니다. 환자 검사·기능 평가 결과는 ‘Data Agent’가 분석하고, 관련 논문과 임상시험은 ‘Research Agent’가 검색합니다. X-ray나 보행 영상이 있다면 ‘Vision Agent’가 정량 지표를 추출하고, ‘Simulation Agent’가 생체역학 시뮬레이션까지 수행합니다. PROMs(환자자기평가도구) 설문은 ‘PROM Agent’가 담당하고, 마지막으로 ‘Reporting Agent’가 결과를 통합해 임상보고서를 생성합니다.


즉 논문 PDF를 넣으면 논문 검색과 분석으로,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넣으면 데이터 분석으로, 의료 영상이나 임상 동영상을 넣으면 영상 분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연구자가 어떤 AI를 선택해야 하는지 일일이 판단하지 않아도 하나의 대화창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논문도 찾고, 환자 데이터도 함께 본다
AMIST에서 특히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Research Agent입니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PubMed, OpenAlex, Semantic Scholar, ClinicalTrials.gov와 내부에 축적된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검색합니다. 의학용어를 MeSH(미국국립의학도서관 의학분류) 기준으로 확장하고, 의미 기반 검색과 키워드 검색을 결합해 성능을 높였습니다. 관련 임상시험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연구 중복 여부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문헌 RAG 검색 시간이 약 48초에서 1.6초로 줄어 약 30배 빨라졌습니다. 단순히 논문을 빨리 찾는 것보다, 문헌을 검색·선별하고 연구 질문과 다시 연결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환자 데이터 역시 같은 흐름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Data Agent가 수술 전후 검사값이나 보행 지표의 변화를 비교하고, Vision Agent가 경추 X-ray의 콥 각도(Cobb’s Angle)를 자동 측정하거나 환자 영상 속 보행 속도, 보폭, 대칭성 등을 정량화합니다. 이후 “이 환자에게서 관찰된 변화가 기존 연구에서도 보고되었는가?”라고 질문하면 앞서 분석된 환자 정보가 다시 문헌 검색의 조건으로 연결됩니다. 이와 같이 환자 관찰과 논문의 증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AMIST가 지향하는 핵심입니다.
 

Vision Agent를 활용한 경추 X-ray 콥 각도 자동 측정 및 분석 결과

 

▲ Vision Agent를 활용한 영상 기반 보행 분석 및 시공간 보행지표 자동 산출 결과

 

직접 판단하지 않고, 연구자의 판단을 돕는다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입니다. AMIST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결과를 만드는 AI와 이를 검증하는 AI를 분리했습니다. ‘Critic/Verifier’가 근거의 충분성, 신뢰도, 안전성과 결과 간 일관성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AI 모델을 이용해 교차 검증합니다.


그러나 AI 검증만으로 끝나지 않고, 분석 결과는 최종적으로 연구자가 직접 확인하고 승인·반려·수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AI가 반복적인 검색·정리·계산을 맡고, 최종 연구 질문과 해석은 사람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구분했습니다. 연구자의 교정으로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똑똑해집니다.

 

의료진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용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응답자의 95%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고, 기존 업무 대비 효율이 향상됐다는 응답은 75%에 달했습니다. 85%는 임상 현장 도입에도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논문을 탐색하는 Research Agent, X-ray를 정량 분석하는 Vision Agent, 수술 전후 상태를 비교하는 Data Agent의 활용도가 높게 평가됐습니다.

 

 

답하는 AI에서 ‘함께 연구하는’ AI로
AMIST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를 중심으로 개발됐지만 구조 자체는 특정 진료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향후 신경과의 EEG/EMG, 심장내과의 ECG와 심초음파, 종양내과의 항암 반응 평가 등 각 분야의 전문 분석 Agent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병원 정보시스템 연결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연구자가 필요한 파일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향후 HL7 FHIR(국제의료정보교환표준,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 기반으로 EMR과 연동하면 환자의 검사·치료 경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정보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도록 병원 내부 서버에서 작동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AI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AI가 연구자의 질문까지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논문을 찾아 데이터를 정리하고, 영상을 측정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AI가 담당한다면 연구자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와 ‘이 결과가 환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MIST가 지향하는 ‘AI 동료 연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AI가 아니라 연구자가 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하는 AI. 의료 현장에서 AI가 맡을 다음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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