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나의 일상을 지탱하는 힘 2026.10.01

 

(AI 생성 일러스트)

 

간호사의 하루는 일정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퇴근 시간이 되기도 하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 하루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교대근무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스로 체력이 좋다고 믿었다. 바쁜 근무도 잘 버텼고, 조금 피곤해도 쉬고 나면 금세 회복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근무가 끝난 뒤에도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첫 번째 운동이 러닝이었다. 러닝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었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하면 된다. 처음에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러닝은 운동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달리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해야 할 일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직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니 머릿속이 맑아졌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러닝이 나의 첫 번째 취미가 되었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새로운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러닝 말고 또 어떤 운동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집 근처에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크로스핏이 정확히 어떤 운동인지조차 몰랐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고강도 운동’, ‘정말 힘들다’, ‘처음 하면 며칠 동안 온몸이 아프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후기만 봤을 때는 ‘굳이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 보자는 마음으로 체험 수업을 신청했다.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운동 자체는 분명 힘들었지만 혼자 하는 운동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정해진 운동을 여러 사람과 함께하고 서로 응원하며 끝까지 해내는 분위기가 좋았다. 혼자 조용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스스로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크로스핏처럼 활기찬 운동이 과연 잘 맞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하며 ‘나도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됐다. 운동을 통해 체력뿐 아니라 몰랐던 나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크로스핏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반응도 비슷했다. “너무 힘들지 않아?”, “뭔가 네 이미지랑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말했던 동료들 중 일부는 어느 순간 나를 따라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이제는 서로 운동 이야기를 나누고, 힘들었던 운동에 공감하기도 한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새로운 경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환자를 돌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때로는 몸이 지치고, 때로는 마음까지 지치는 날도 있다. 그래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회복시키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러닝과 크로스핏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근무를 마친 뒤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시간이자, 일과 나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이다. 운동을 하며 체력이 좋아진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좋다.

앞으로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때로는 지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만의 방법으로 다시 에너지를 채우며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고 싶다. 오늘도 근무를 마치면 운동화를 신고 나선다.

 

간호사로서 오래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내과간호2팀
부소혜 주임

투석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일상과 생명 유지 치료의 의미를 바탕으로 간호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 현장과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투석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만성질환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통합내과병동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바쁜 근무 속에서도 러닝과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며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글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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