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피부과 김경훈 레지던트 연구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은 일부 영역에서 피부과 전문의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피부색과 인종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피부과 김경훈 레지던트, 문익준 피부과 전문의(전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밝은 피부 환자의 피부 병변 형태를 보존하면서 피부색만을 어두운 피부처럼 변환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사진은 실제 사진과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이렇게 생성된 어두운 피부색 사진을 실제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결과 피부질환 진단 성능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임상데이터가 부족했던 어두운 피부색의 임상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은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 구성 등에 따라 진단 성능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환자의 특성을 고르게 반영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되는 임상데이터 대부분이 밝은 피부(Fitzpatrick Skin Type I-II)에 집중돼 있고, 어두운 피부(V-VI)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조직검사로 확진된 어두운 피부의 임상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피부유형 변환 네트워크(Skin Type Translation Network, 이하 STTN)’를 개발했다. 밝은 피부 환자의 피부 병변 형태는 최대한 보존하면서, 피부색만 어둡게 변환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은 새로운 피부 병변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STTN은 이미 존재하는 실제 밝은 피부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부색만을 변환한다. 따라서 진단에 중요한 병변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어두운 피부의 임상데이터를 보완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1만 6,707개의 임상데이터를 활용해 STTN을 학습시킨 후, 인공지능이 생성한 사진이 실제 사진과 얼마나 유사한지 평가했다.
피부과 전문의 19명, 다른 진료과 의사 12명, 비의료인 11명 등 총 42명이 실제 사진과 인공지능 생성 사진을 구별하는 블라인드 평가에 참여했다. 그 결과 실제 사진과 생성 사진을 구별하는 평균 정확도는 49.7%로, 무작위 추측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즉 의료진을 포함한 평가자들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사진과 실제 사진을 쉽게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임상 경험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일수록 생성 사진에서 남아 있는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경향도 확인됐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STTN이 생성한 사진으로 피부색에 따른 인공지능의 성능 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밝은 피부 사진만으로 학습한 ‘기존 AI 모델’과 기존 밝은 피부 사진에 STTN이 생성한 어두운 피부 사진을 추가해 학습한 ‘STTN 데이터 학습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STTN 데이터 학습 모델의 진단 성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성·악성 피부종양을 구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AUC(곡선하면적)는 기존 모델 0.56에 비해 STTN 모델에서 0.66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민감도와 특이도 역시 향상되었으며, 밝은 피부에서의 진단 성능도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특정 피부색의 임상데이터가 부족해 발생하는 의료 인공지능의 성능 격차를 인공지능이 생성한 사진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어두운 피부색 환자의 피부 병변 사진을 단기간에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 공백을 인공지능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할수록 인공지능의 공정성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의료에서는 평균적인 성능보다 개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적용했을 때의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그룹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지 않는 공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연구진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피부과 분야 국제학술지 ‘피부과학 연구저널(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피인용지수 7.0)’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생성한 합성 데이터와 코드는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