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일러스트)
운동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코어(Core)’의 중요성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몸의 중심부가 안정되어야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코어의 원리는 목소리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조금만 말을 많이 해도 목이 아프다”, “오래 이야기하면 목소리가 금방 잠긴다”, “목에 힘을 빼려고 하면 오히려 소리가 잘 안 나온다”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목 자체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호흡과 몸의 지지가 충분하지 않아 그 부담을 목 주변의 근육이 대신 떠안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목의 긴장을 줄이고 편안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호흡을 조절하고 몸을 지탱하는 중심부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좋은 발성을 위해 흔히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복식호흡을 배를 억지로 앞으로 내미는 동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숨을 들이마시면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폐가 공기를 받아들일 공간이 넓어지고 그에 따라 복벽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배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숨을 들이마실 때 몸통 전체가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것이다.
발성에서는 숨을 많이 들이마시는 것보다 들이마신 숨을 어떻게 조절해 소리에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말하거나 노래할 때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소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필요한 만큼의 숨이 일정하게 나가도록 조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횡격막과 복벽, 갈비뼈 주변의 근육이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인다. 전통 성악에서는 이러한 호흡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를 ‘아포지오(Appoggio)’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목소리의 코어는 배에 힘을 강하게 주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힘을 만들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힘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면서 호흡과 몸통을 함께 움직이는 능력에 가깝다. 몸통이 무너지면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힘을 주면 호흡과 후두의 움직임이 뻣뻣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호흡의 흐름에 따라 몸통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것이다.
몸통의 지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목으로 넘어갈 수 있다. 호흡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 우리 몸은 원하는 음량이나 음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후두 주변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 결과 목을 조이거나 소리를 밀어내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목이 쉽게 피로해지고 성대의 충돌도 커져 성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는 경우에 따라 성대결절이나 근긴장성 발성장애와 같은 음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목에 힘을 빼라”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몸통의 지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의 힘만 빼면 성대가 안정적으로 붙지 못해 오히려 바람이 많이 새는 허스키한 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성치료에서는 목의 힘을 억지로 빼는 것이 아니라 목이 대신하고 있던 역할을 호흡과 몸통이 나누어 맡도록 해 목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편안한 발성이란 목을 무조건 이완시키는 것이 아니라 목에 과도한 힘을 주지 않아도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몸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호흡과 몸통의 움직임은 일상에서 간단한 연습을 통해 감각을 익힐 수 있다. 먼저 편안하게 서거나 앉아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신 뒤,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스—’ 소리를 내면서 숨을 천천히 내보낸다. 이때 배를 억지로 세게 당기지 말고 숨이 빠져나가면서 갈비뼈와 배 주변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서서히 줄어드는 움직임을 느껴본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숨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나가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다음에는 ‘스—’ 소리를 내면서 익힌 편안한 호흡의 흐름 위에 ‘우—’ 또는 ‘음—’ 같은 소리를 자연스럽게 얹어본다. 목으로 소리를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숨을 따라 성대가 가볍게 진동하는 느낌을 익혀보는 것이다. 소리를 크게 내는 것보다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편안하게 소리가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세 역시 중요하다. 등이 심하게 굽고 머리가 앞으로 빠진 자세에서는 갈비뼈와 횡격막이 충분히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고, 목 주변에 불필요한 긴장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가슴을 지나치게 내밀거나 허리를 과하게 꺾는 것도 좋지 않다. 정수리가 천장을 향해 가볍게 길어지는 느낌으로 척추를 세우고 어깨와 목은 편안하게 내려놓는 자세가 호흡의 기본 자세다.
오래 말할 때 목에 통증이 생기거나 쉰 목소리가 지속된다면 무조건 발성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후두 내시경 등을 통해 성대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면 호흡과 발성의 기능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음성치료를 통해 호흡과 발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훈련할 수 있다.
목소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목소리는 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호흡과 몸통, 성대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몸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