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임상 의사의 「네이처」 논문 2021.07.15

임상 의사의 「네이처」 논문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논문이 주는 의미는 개인마다 많이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본인의 큰 업적이며 보람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힘들었던 학위 과정의 기억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쓸데없는 일로, 또 슬프게도 일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공격하고자 표절은 없는지 샅샅이 뒤지는 대상일 수 있겠다. 언젠가 논문을 왜 쓰는가 하는 이유를 검색한 적이 있는데 상세한 내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가장 게으르면 ‘책’을 쓰고, 그 다음 게으르면 ‘논문’을 쓰고, 부지런하면 ‘특허’를 내고, 정말 잘 나가면 무엇을 쓸 시간이 없다는 내용의 의미(?)있는 우스개였다.

 

의학 논문은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 수단 개발의 시발점이자 환자의 진료 지침을 바꾸는 등의 질병에 대처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 연구자가 전공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한 꾸준한 과학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흔히 CV(curriculum vitae)라고 하는 연구자 이력서의 주요 내용은 연구비 수주 이력, 논문 리스트, 특허 리스트로 채워진다. 의학 분야별로 연구의 형태도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실험실을 기반으로 질병의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 약물이나 기기 등의 환자에서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 그리고 기초와 임상의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개연구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십만 편의 논문들이 기술하는 사실의 중요도와 영향력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여러 척도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특정 논문이 발표 후 다른 논문들에 피인용 되는 횟수를 중요시 여기고, 학술지의 수준 및 과학계에서의 영향력 또한 발표된 논문들의 피인용횟수에 따라 좌우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수준의 학술지들로는 기초-중개의학부문의 경우 소위 ‘CNS’라고 불리우는 셀」, 네이처」, 사이언스」, 그리고 임상의학부문의 경우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자마」, 란셋」 등을 들 수 있겠다. 연구자로서 이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큰 과학적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과 아울러 연구자가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허락을 따로 받지 않고 특정인을 언급하게 되었지만 지난 5월 네이처」 온라인 판에 종양내과 교수인 김태원 암병원장이 당당히 교신저자로서 공동연구진과 A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항암치료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고하였다. 그 동안 그가 임상의학부문에서 탁월한 업적들을 쌓아오고 있던 것은 잘 알았으나 세계 최고의 종합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내게는 진정한 ‘pleasant surprise’였고, 실험실과 병상을 아우르는 성공적이며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인 융합 연구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우리 연구자의 논문이 영향력 있는 세계 학회지에 실렸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는 연구자 개인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축하해야 할 풍납동 캠퍼스의 조용한 쾌거이며, 동료와 후배들의 귀감이다. 이같은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이 앞으로 더 좋은 연구들을 위한 씨앗과 토양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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