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정서적 심폐소생술 2021.07.15

외래간호팀 권혜원 사원

 

고혈압 전단계라도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 1.37배 높아

 

 

폭넓은 대인관계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여러 환자를 만나는 외래간호팀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나의 말과 행동이 마음이 아픈 환자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대부분 매주 내원하여 주 1회 얼굴을 보게 되는데 어두운 표정의 환자들에게 마냥 웃으며 다가가는 것조차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임시 이전해 있던 동관에서 햇살이 가득 비치는 신관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내원하는 환자들의 편안해 보이는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유독 우울해 보였던 환자는 신관으로 온 뒤 눈을 맞추며 환자 확인에 협조해주었고, 환자 확인 절차를 싫어하던 분은 개방형 질문 전에 본인이 먼저 이름을 말하며 들어오기도 했다. 대기실에 있는 식물을 보며 신관으로 옮기면서 산 건지 관심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밝아진 환경 덕분인지 변화된 환자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해 공간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공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측정하여 건축에 적용하는 ‘신경 건축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다. 뻥 뚫린 산 정상에서는 후련함을,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공간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처럼 공간에 따라 감정과 사고,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환경의 중요성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 자연스럽게 환자와 공감하면서 잠깐이지만 환자가 머무는 대기실이나 상담실 환경에 더 신경을 쓰고 세심한 부분까지 관리했다. 공간의 변화에 반응하는 환자들을 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의사소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대니얼 피셔의 ‘희망의 심장박동’을 읽다가 ‘정서적 심폐소생술(e - CPR)’ 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왔다. 공감과 위로, 격려와 지지로 회복을 돕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간호라고 생각했다. 의사소통의 기본인 공감이 머리로는 쉬워도 상황에 따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환자의 상담 전화에 적절한 답을 줄 수가 없어서 끝까지 들어주고 최대한 빠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내원일을 앞당겨 주었다. 며칠 뒤 그 환자가 내원해서 전화 상담 시 본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어 정말 고맙다고 했다. 특별히 조언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경청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원하는 환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관심을 가진 덕분인지 1분기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외래에서 어떤 간호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공감하는 간호사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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