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의 생산 2021.08.01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의 생산

융합의학과 성영훈 교수

 

200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마리오 R. 카페키, 마틴 J. 에반스와 올리버 스미시스 세 사람에게 공동 수여됐다. 유전자 녹아웃(gene knockout)이란 유전자의 기능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발현조차 되지 않도록 유전 정보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가 녹아웃된 마우스를 통해 생로병사의 모든 생명현상에서 해당 유전자가 없어졌을 때 어떤 표현형이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으니, 그 유전자가 생체 내에서 담당하는 기능과 의미를 가장 확실히 ‘정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이렇게 심각한 기술이 쉬울 리가 없다. 멀쩡히 있는 유전자에 어떻게 돌연변이를 집어넣어 바꿀 것인지가 문제이다. 카페키와 스미시스는 상동재조합이라는 현상을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를 녹아웃시켰다. 상동재조합이란 두 가닥의 DNA 사슬이 모두 끊어졌을 때 이를 복구하는 기전 중의 하나이다. 분열하는 세포에서 DNA가 복제되면 자신과 동일한 복제품이 하나 더 생기는데 두 개 중 하나가 손상되면 세포는 남아있는 멀쩡한 것을 주형으로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한다. 만약 이때 제작된 돌연변이 주형을 세포에 넣어 주면 상동재조합 과정을 속여서 정상적인 염기서열 대신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집어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마우스를 만들려면 어떤 세포에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바로 에반스의 연구에 의해 그 잠재능력이 확인된 마우스 배아줄기세포이다. 마우스의 수정란은 발생을 진행하여 배반포 단계에서 바깥쪽의 세포영양막과 안쪽의 내부세포괴로 분화한다. 세포영양막은 태반으로 발달하고, 내부세포괴는 태어나게 될 마우스로 발생이 진행된다. 배아줄기세포는 바로 내부세포괴에서 유래된 세포들이다. 이 배아줄기세포를 다시 다른 마우스의 배반포에 주입하고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을 시키면 원래 배반포가 가지고 있던 내부세포괴와 주입된 배아줄기세포가 뒤섞인 키메라가 태어난다. 배아줄기세포는 키메라에서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데 난자나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로도 분화된다. 따라서 키메라를 정상 마우스와 교배하여 새끼가 태어나면 원래 배반포가 아니라 주입됐던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를 물려받을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유전자 녹아웃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면 녹아웃된 유전자를 물려받은 마우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마우스는 녹아웃된 유전자와 정상 유전자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이형접합체인데 이형접합체끼리 교배하여 최종적으로 녹아웃된 유전자에 대한 동형접합체 마우스를 생산한다. 이러한 기술은 매우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조건적인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로써 특정 조직에서만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할 수도 있다. 보다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응용 방법은 환자에게서 발견된 유전적인 변이를 갖는 마우스의 생산이다. 환자에서 발견된 유전적인 변이가 실제 질병의 발병에 관여하는지를 확실하게 규명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우스 배아줄기세포 확립 기술은 다른 종에도 응용됐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생산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도 결국은 마우스 배아줄기세포에서의 연구가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 마우스 배아줄기세포를 통해서 다양한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들이 생산됐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간에서의 유전자 조작에 대한 윤리적인 우려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기술을 통해 1만 종 이상의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생산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우스 배아줄기세포를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또한 키메라를 생산하고 실제 녹아웃 유전자를 물려받은 마우스를 생산하는데 1~2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바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이 수여된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유전자가위의 사용은 상동재조합의 효율을 월등히 높여 주기 때문에 굳이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직접 마우스 수정란을 이용한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 제작이 가능하다.

 

2018년에는 성급하게 시도된 유전자 녹아웃 인간의 탄생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은 환자와 동일한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갖는 질환모델 마우스의 생산과 연구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치료용 유전자가위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평가돼야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 좋은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생산될 것이다. 결국 유전자 녹아웃 마우스를 생산하며 30여 년 동안 축적된 유전자 변형에 관한 지식은 앞으로 유전자가위 기술과 융합하여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교정 기술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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