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신경계에서의 신호 전달 2021.10.11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황온유 교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행복감을 선사해 줄 수 있는 호르몬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종종 소개되곤 한다. 도파민은 실제로 소위 콩깍지 사랑이 주는 황홀감, 행복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집착, 욕망, 소유욕, 성취감, 창의성 등을 유발한다. 이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질 경우 알코올, 니코틴, 도박, 쇼핑, 인터넷, 섹스, 마약 등에 대한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필로폰, 헤로인, 코카인 등은 바로 이 도파민계를 자극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이다. 또 도파민은 우리가 자의적 운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조절하기도 하며 관련 영역이 손상될 경우 운동장애 질환인 파킨슨병이 발병한다. 한편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감,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감, 공감 등을 느끼게 한다. 세로토닌계의 결핍은 우울증을 비롯하여 섭식장애,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 증상과 관계가 있다. 이 신경전달물질들의 신경전달과 신호전달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스웨덴의 아비드 칼슨 박사, 미국의 폴 그린가드 박사와 에릭 캔들 박사가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아비드 칼슨 박사는 흰쥐에서 신경전달물질들을 고갈시키면 특정 운동장애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L - DOPA라는 물질을 투여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L - DOPA는 도파민의 전구물질로써 경구투여 후에 뇌 안으로 들어가 도파민으로 만들어진다. 그 후 일련의 연구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자의적 운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또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에서도 도파민이 결핍돼 있고 L - DOPA로 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L - DOPA는 확실한 생화학적 기전을 기반으로 임상에 적용하게 된 획기적 약물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파킨슨병 증상완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칼슨 박사는 또한 도파민이 ‘쾌락센터’로 불리는 뇌 영역을 자극하여 감정 조절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 중독과 도파민계를 연결하는 핵심 단서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라는 새로운 개념의 우울증 치료제를 고안하여 아스트라제네카의 전신인 아스트라 사를 통해 출시했고 이는 프로작, 설트랄린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효능 항우울제의 개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타 신경세포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신경전달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신경전달물질은 어떤 방법으로 타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유도할까. 신경세포 막에는 신경전달물질을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수용체가 존재하고 수용체는 다시 신경세포 안으로 이 정보를 전달한다. 이 과정을 신호전달이라고 한다. 폴 그린가드 박사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신호전달의 핵심은 인산화 반응이라는 것을 밝혔다. 인산화는 인산기라는 매우 작은 조각을 단백질에 붙여주는 간단하고 신속한 화학반응이다. 단백질, 특히 효소들은 어떤 고유의 작업을 수행하는데 인산화되면 그 형태가 뒤틀리게 되면서 작업수행속도도 달라지게 된다. 또 이 변화는 일정 시간 후 바로 원상복구된다. 이것은 마치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평소에는 정상 속도의 공정을 유지하다가 수요가 증가할 때에는 일시적으로 가동속도를 높여 공급량을 맞추어 주는 것과 같다. 또 인산화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용체가 보내는 신호는 세포 안에서 몇 백배, 몇 천배로 순식간에 증폭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신경전달은 매우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신경계 신호전달은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이를 기억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에릭 캔들 박사는 일찍이 학습과 기억 연구에 관심을 가졌으나 고등동물을 대상으로 분자수준의 기전을 연구하는 데에는 실험적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마침 손바닥 크기의 민달팽이인 군소(aplesia)가 매우 간단한 신경계와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한 거대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어 실험에 용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소는 전기충격에 대해 아가미를 움츠리는 회피반응을 하는데 한참 지난 후에 또다시 전기충격을 받게 되면 첫 번째보다 더 심한 회피반응을 보인다. 캔들 박사는 이 행동을 학습과 기억의 실험모델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여 세로토닌이 군소의 기억 저장을 가능케 하며 여기서도 역시 인산화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캔들 박사의 이 초기연구는 그후 진행된 고등동물의 해마와 피질 영역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기억에 관한 연구에 주요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일련의 연구 결과는 머지않아 왜곡된 기억을 정정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치매 예방이나 치료, 기억력 및 학습력 증진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비드 칼슨 (1923~2018)

스웨덴의 의학자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룬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예테보리대학교 약리학 교수를 역임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외에도 가드너국제상, 뉴욕과학한림원상, 캐나다생물심리학회 금메달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이 있다. 

 

폴 그린가드 (1925~2019)

미국의 의학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영국국립의학연구소에서 연구한 후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록펠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록펠러대학교 분자세포신경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에릭 캔들 (1929~)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친 후 뉴욕대학교 병리학 및 정신의학 교수,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컬럼비아대학교 생화학 분자생물물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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