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발견, 암과의 전쟁은 인류의 기대수명을 혁신적으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의학과 생물·화학의 만남을 위한 화학 물질의 발굴은 ‘질병의 고통이 없는 세상’을 구현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물질 분석에 대한 전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HTS(High Throughput Screening) 코어랩을 소개한다.

이 물질은 어떻게 만들죠?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O 교수는 췌장암을 연구하던 중 췌장암 중 한 군에서 특이한 활성을 보이는 효소를 찾았다. 치료용 표적으로서의 가치에 대해 논문을 내는 것은 실험적인 절차를 밟으면 됐다. 문제는 이 효소의 제어 물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O 교수는 물질 도출에 대해 상담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HTS 코어랩을 찾았다. HTS 코어랩에서는 O 교수에게 솔루션을 가진 원외 기관을 소개해주고 해당 물질의 활성에 관한 평가 수행을 지원해 현재 췌장암 치료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분석하고 싶은 단백질이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O 교수는 돌연변이 단백질의 생화학, 세포생물학 분석을 요청하려고 HTS 코어랩을 찾았다. 유전성 크론병 연구를 수행하던 O 교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 단백질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 단백질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실 시스템이 없어 곤란을 겪던 중, HTS 코어랩을 찾아 환자의 혈장으로부터 세포를 분리하여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을 지원받았다. O 교수는 연구 결과를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고, 자체적으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실도 갖춰 HTS 코어랩과 함께 효소 대체법으로 장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항체치료제의 활성 평가를 도와주세요

스타트업 I사는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021년 말 미국의 FDA 신속승인 절차 신청을 목표로 항체를 제작했지만 생산된 항체의 활성을 평가할 전문가와 시스템이 없어 자료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 I사 연구소장은 서울아산병원에 연구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HTS 코어랩을 찾아왔다. HTS 코어랩에서는 자료 도출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항체의 활성을 적극 평가해주었고, I사는 성공적으로 미국 FDA가 원하는 세팅의 자료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

유전체 자료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G사는 두 가지 항암제의 병용 처리시 폐암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적지 않은 비용과 3개월의 시간을 들여 다른 분석사에 용역을 부탁했으나 ‘자료만 내줄 테니 해석은 스스로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연구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던 중 서울아산병원 융합연구지원센터 HTS 코어랩에 분석을 요청했고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 연구결과 자체는 실망스러웠지만 자칫 낭비할 수 있던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HTS는 ‘High Throughput Screening’의 약어로 고효율 물질 분석을 뜻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연구지원센터 HTS 코어랩은 물질 분석시스템을 이용해 개개의 저분자 물질이 세포 수준의 질환 모델에서 지니는 유효성을 테스트한다. HTS 코어랩에서 도출되는 결과는 대개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 되거나 화학·유전체학적인 생명현상의 접근을 위한 화학물질 발굴에 응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HTS가 아직 매우 생소한 분야이고 연구자 수도 적다. HTS 코어랩을 책임지는 융합연구지원센터 김인기 교수는 미국 번햄연구소 존 리드 교수(현재 사노피 아벤티스 부사장)의 박사 후 과정 지도로 연구실의 화학물질 스크리닝을 수행하며 생물학적 HTS 분석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번햄연구소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행하던 MLPCN(Molecular Library Probe Center Network)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다양한 장비와 분석의 세계를 원없이 구경하고 경험했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프린세스 마가렛 병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중개의학적 노하우를 쌓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서울아산병원 HTS 코어랩을 운영하고 있다.

때로는 원하던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HTS 코어랩에 의뢰됐던 특이한 세포막 채널에 관한 분석 프로젝트가 그 사례인데, 두 가지 단백질의 결합을 억제하는 물질의 검색 도출에 성공했지만 물질 자체의 특성이 좋지 않아 중단해야 했다. 가끔은 현재 기술로는 도저히 분석이 불가능한 표적이나 기술을 요청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HTS 코어랩에서는 연구 수행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연구 방향을 추천하고 있다.

HTS 코어랩의 또다른 청사진은 물질 특허 사례를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다. 김인기 교수는 세포 인산화 효소의 억제물질을 항암제로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효소 억제 물질의 특허를 곧 등록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물질 분석 서비스 제공자인 HTS 코어랩이 원내·외 연구자들을 지원해 연구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 못지않게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HTS 코어랩

•담당교수 : 서울아산병원 융합연구지원센터 김인기 교수

•위치 :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융합연구관 6F

•연구 지원 서비스

   - 개개 질환별 모델링을 통한 HTS 시스템의 구축

   - 임상적 미충족수요의 발굴과 실험적 전환을 통한 중개연구 활성화

   - 임상적으로 가치 있는 저분자물질의 발굴

   - 생체 내 물질의 메커니즘 규명

   - 기존의 임상약리물질의 새로운 활성 발굴

   - 질환모델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단백질의 활성별 체외 검사 라인의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