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심 혈관이다. 대동맥은 가장 안쪽 내막, 근육으로 이뤄진 중막, 가장 바깥쪽 외막 등 삼중 구조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온몸으로 혈류를 보내는 중심 통로이기 때문에 대동맥 질환은 굉장히 무섭고 치료하는 것 또한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대동맥 관련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는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막이 찢어져 내막에 흐르던 혈액이 대동맥 중막 쪽에도 흘러들어가게 되는 질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파열 위험도가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초응급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이다. 심장과 가까운 영역에서 대동맥 박리가 생긴 경우에는 증상 발현부터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 확률이 1%씩 높아지고, 48시간 동안 수술 받지 않으면 거의 50%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 대동맥 박리
급성 대동맥 박리를 앓는 대부분의 환자는 갑자기 앞가슴이나 등 부위에 천둥 번개가 친 듯이 찢어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이 매우 극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오게 되는데, 이외에도 실신을 하거나 숨 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며 드물게는 소화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경미한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대동맥 박리는 최대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정맥 주사로 항고혈압제를 투약하여 혈압과 맥박을 최대한 빨리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과 가까운 곳에서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면 반드시 응급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수술은 초응급으로 가슴을 열고 파열된 대동맥을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하게 된다.
과거에는 응급수술을 받더라도 수술에 따른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의학 발달과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최근 사망률 수치가 대폭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보고되는 수술 사망률이 약 15~20%이며 한국에서 보고되는 수술 사망률은 약 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수술 결과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대동맥 박리를 치료해 온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5년간 수술 사망률을 약 2.2%까지 낮췄다. 이는 중증 환자 비율이 8%에서 약 30%까지 늘어났고, 수술 범위가 더 넓은 복합 수술 비율 또한 약 30%까지 증가했음에도 이뤄낸 긍정적 수치이다.
수술 시간은 오히려 단축되었다. 대체로 10명 중 7명은 4시간 안에 수술이 끝나고,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2시간도 안돼서 수술이 끝난다. 응급 상황이 아닌 만성 대동맥 박리나 대동맥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에 있어서는 최근 가슴을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최소침습적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폐렴, 상처 감염 등 합병증을 대폭 감소시켰다.
물론 대동맥 박리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동맥 박리가 심장과 가까운 쪽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경우, 환자가 안정적인 특징을 보이는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 약물 치료만으로도 수술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의의 세밀하고 정확한 판단을 통해 본인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동맥 박리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이다. 급성으로 발생한 대동맥 박리 환자의 80% 정도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 질환인 마르팡 증후군도 대동맥 박리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주로 젊은 환자에게 대동맥 질환이 발생하면 유전 질환을 염두에 두고 진단적 절차를 밟게 된다. 이러한 유전적 대동맥 질환은 우성 유전을 통해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유전적 대동맥 질환으로 확진되는 경우 가족 구성원으로 검사를 확대해 치명적 대동맥 박리나 파열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사실 대동맥 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 흔히 보고되는 질환이다. 고령화, 생활습관, 흡연, 비만 등을 관리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저염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 것, 동맥경화증 유발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이나 지방질 많은 음식을 피하고 되도록 야채, 견과류를 섭취하는 것, 금연을 권하고 싶다. 즉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것이 대동맥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