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동맥 판막 질환 2022.07.19

자기 판막 보존하는 대동맥 판막 성형술로 부작용↓ 생존율↑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흉부외과)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김 씨(55세, 여)는 최근 조금만 활동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을 쉽게 느꼈다. 심할 때는 똑바로 누워서 잠을 못 자게 되어 꼬박 앉아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대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심장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대동맥 판막 폐쇄부전증을 진단받았다. 문제되는 부분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 치환술’을 받을 경우,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대신 본인의 판막을 살려 문제되는 혈관만 교체하는 ‘대동맥 판막 성형술’은 생존율도 높고 부작용 위험도 적다는 얘기를 듣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최소 침습법으로 시행하는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를 찾았다. 4시간의 수술을 받은 김 씨는 건강을 회복했고, 수술 후 별다른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심 혈관이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여닫이문 역할을 하는 것이 대동맥 판막인데, 최근 인구 고령화, 고혈압 유병률 증가 및 조기진단 활성화 등에 따라 대동맥 판막 질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이나 유전성 질환에 따른 대동맥 확장, 판막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 되어 대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대동맥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심장 내로 혈액이 역류되어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대동맥 판막 폐쇄부전증’이 있다. 이는 흔히 대동맥 판막 바로 윗부분의 대동맥이 풍선처럼 늘어나는 ‘대동맥 근(根)부 대동맥류’와 연관되어 발생하곤 한다. 치료받지 않을 경우 대동맥류 자체의 파열 위험도 존재해 굉장히 위험한 질환이며 치료 또한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대동맥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대동맥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전담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협진하여 환자의 병변을 면밀하게 진단, 검사한 뒤 약물 · 시술 · 수술적 치료, 치료 후 경과관찰까지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케어하며 치료의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대동맥 판막 폐쇄부전증, 대동맥 근부 대동맥류의 표준적인 치료법은 심장과 대동맥이 맞닿은 부분인 대동맥 근부 전체를 드러낸 뒤에 인조혈관과 인공판막의 복합물로 치환하는 벤탈(Bentall) 수술이다. 이때 필연적으로 인공판막 치환술이 수반되는데, 인공판막으로는 동물의 판막이나 심낭 조직을 이용해 제작한 조직 판막 또는 특수한 소재로 제작한 기계 판막을 사용하게 된다. 인공판막이 들어가는 만큼 혈전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거나 석회화, 퇴행성 변화가 생겨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근래에는 인공판막으로 치환하지 않고 가능하면 자신의 판막을 보존하고 성형하는 ‘대동맥 판막 성형술’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장의 기능을 정상화하면서도 항응고제 복용 또는 재수술 부담이 없고, 장기 결과도 월등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동맥 판막 성형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동맥 판막 성형술은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고위험 수술이다. 대동맥 판막과 관상동맥을 주의를 기울여 보존한 상태에서 대동맥의 뿌리 부분만을 드러낸 다음, 인조혈관을 이용하여 대동맥 판막의 3차원적 구조를 재구성시켜 그 기능을 복원한다. 이 과정에서 대동맥류는 제거되고 그 위치에 견고하고 안정적인 인조혈관이 자리 잡게 된다. 기술적으로 복잡해 난이도가 높고, 그에 따라 수술 위험도도 높아 아직 널리 적용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수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시행했을 경우 장기 생존율이 현저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받은 환자군의 20년 장기 생존율은 평균 90% 내외로, 인공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우월한 수치다. 또한 문헌상 인공판막 치환술과 비교해보았을 때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시행한 경우 뇌졸중 위험 68%, 출혈 위험 82%, 심내막염 위험 63%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 생존율도 높고 부작용 발생 위험도 적지만,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숙련된 의료진이 아니면 시행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에서는 1998년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처음 시행한 이후 적극적으로 수술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동맥 판막 폐쇄 부전증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의 80% 가량을 대동맥 판막 성형술로 치료하고 있다. 수술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수술 시간을 나타내는 인공심폐기 가동 시간이 대동맥 판막 성형술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인공판막 치환술에 비해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수술의 기술적 어려움이 극복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응급 수술 환자를 포함하더라도 아직까지 대동맥 판막 성형술에 따른 수술 사망률은 0%다.

 

게다가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에서도 드물게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최소침습적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가슴 윗부분의 5~8cm만 열고 수술을 시행하는 최소절개수술로, 환자들의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도 적게 나타나 만족도가 높다. 아직 사망이나 영구적인 합병증이 일어난 경우도 없어 우수한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소장(흉부외과 교수)은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 및 위험인자가 변함에 따라 대동맥 질환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때 난이도가 높지만 정석적인 대동맥 판막 성형술로 좋은 치료 결과를 내고 있는데, 최근에는 개흉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침습적 방법을 시행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동맥 판막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 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통해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것이다. 유전성 대동맥 질환의 경우는 본인은 모르고 지내다가 치명적인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의심이 되는 진찰 소견이 있다면 반드시 적절한 진단 절차와 치료를 시행해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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