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암 이야기] 임상연구 참여를 권유 받았다면 무엇을 고려해야할까? 2022.03.29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특히 암 치료를 받게 되면 여러 종류의 임상연구 참여 권유를 받는다. 실제로 필자가 진료하는 환자들의 약 20%가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상연구는 왜 필요할까?

 

의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근거에 기반을 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매우 좋았던 약들도 사람에게 썼을 때 그 효과가 반감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 실험 결과만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약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여러 질환 중에서도 치료 성적이 여전히 좋지 않고,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와 같은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면서 생존기간이 급격하게 향상되어 왔던 종양학에서는 임상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종양학에서 임상연구는 단순히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치료의 일환으로 여겨지며, 새로운 약제 연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치료 한계가 어딘지를 깨닫게 해주는 측면에서 임상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임상연구의 수준은 글로벌 상위 수준이다. 새로운 약제나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에 대해서는 각 병원의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면밀한 검토 후 허가를 받고 시행한다. 정부 및 병원의 정보보안 규정이 매우 강화되어 예전과 같은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도 거의 없다.

 

진료실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임상연구 참여를 추천 받았을 때 환자 입장에서 확인해봐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연구 대상 약제의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 새롭게 개발된 약제인지, 이미 다른 질환에서 효과가 입증돼 허가된 약제인지, 해당 질환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되어 허가를 받았던 약제인지에 따라서 약제를 투약했을 때 효과와 위험을 대략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암종에서 약제 효과가 증명돼 식약처 허가가 이루어진 약제라면, 적어도 예상치 못한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임상연구 신약으로 치료받는 것 이외에 가능한 치료 옵션에 대해서도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해, 임상연구 참여로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간혹 임상연구 참여 시 약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환자분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약제를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임상연구의 단계 확인도 중요하다. 4상 연구와 같이 임상연구이기는 하나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4상 연구는 이미 식약처에서 허가돼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를 대상으로 이전 임상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드문 부작용이 있는지 등을 보는 연구다. 이러한 연구들은 참여를 해도 신약을 투약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같은 위험은 거의 없다. 대신 이런 경우는 대부분 해당 약이나 치료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없다.

 

간혹 표준 치료 대신 무조건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환자분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모든 신약 임상연구에는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존 약제는 이미 임상연구를 통해 이미 효과나 부작용이 입증된 상태다. 따라서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표준 치료보다 더 나은 효과가 예상되지 않는다면 그 임상연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간혹 해당 신약의 효과가 일반인에게 지나치게 과장되어 홍보됐다든지, 임상연구가 시작된 지 오래돼 표준 치료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져 참여를 권유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임상연구 참여에 대한 효과와 위험 판단은 연구 경험이 많고 치료 경험이 많은 의사가 적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외의 치료 옵션이 있는지에 대해서 적극적인 문의가 필요하다.

 

필자가 신약임상연구를 주도하고, 또 환자분들에게 권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미래의 표준 치료를 지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간암 치료에서의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합치료다. 기존 표적항암제보다 우월한 성적을 보여 2021년 8월에 국내 식약처 허가가 된 이 요법은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미 임상연구로 2017년 초부터 사용해왔고, 그만큼 많은 환자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요법이 국내 허가를 받아서 진료실에서 쓰이는 현재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은 더 나아가 이 약제를 더 발전시키는 요법을 임상연구 중에 있다. 암 치료 성적이 많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내성이 발생해 종양 상태가 나빠지는 환자분들을 위해 의학 분야 연구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간암, 담도암, 췌장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을 항암제로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담도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병용요법을 새롭게 고안해 발표한 결과가 전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되는 등 항암제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국내외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제14회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암 환자들이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치료 받으실 수 있게 [암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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