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때문에 간호의 본질 잊지 말기
최근에 내가 겪은 가장 큰 스트레스는 근무지 이동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원을 위해 지난 2월 감염관리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변화하는 세상에 나를 맞춰 나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정부와 병원의 방역정책 변화에 따라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규정은 매일 바뀌었고 중증 환자 관리에 대한 방침에 적응하기도 바빴다. 부끄럽지만 환자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4종 보호구가 편안하게 느껴질 때쯤, 한 환자가 “여기서는 수술 후 운동을 못 하는 환경이라 걱정되고 괴로워요. 잘 회복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어요”라고 내게 말했다. 이곳에서의 업무가 익숙지 않다는 것을 핑계로 이제서야 환자가 눈에 들어온 나는 지금 어떤 간호를 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후 환자에게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알려주고 8m 가량의 복도를 함께 걸었다.
한 달 동안 환자의 ‘코로나’라는 진단명만 보고 일했던 것 같다. 진단명 파악은 중요하지만 사람을 진단명으로만 보는 시선은 굉장히 위험하다. 다양한 이유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개별적인 접근과 간호가 필요하다.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사람, 선천적인 폐 질환을 가진 사람, 폐쇄적인 공간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겪는 코로나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 격리병동의 환자들은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환자의 맞은편은 전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없고 오직 휴대폰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의료진 역시 페이스쉴드와 헤어캡을 착용한 채 근무하다 보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절된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간호의 본질을 잊는 것이 당연할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내 마음가짐 문제였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방법
나는 이 환경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기로 했다. 우선 내가 담당하는 환자들은 전부 내 시야 안에 있다. 8m의 복도는 스무 걸음 정도만 걸으면 간호 순회를 마칠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수시로 들어가 환자를 만날 수 있다. 4종 보호구로 인해 촉각과 청각, 시각이 흐려졌을 때는 감각을 최대한 끌어내어 환자에게 집중한다. 오늘도 우리는 환자의 입 모양에 집중하고 귀를 가져다 대고 표정을 한 번 더 살핀다. 한 팀이라는 결속력도 강해진다. 환자 상태 변화로 인해 모니터 알람이 울리면 중앙의 리더 간호사와 지원 간호사가 모니터를 함께 보며 구역 내 팀 간호사에게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으며 신호를 보낸다. 스테이션에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팀이 즉시 보호구를 입고 함께 일한다. 리더는 놓칠 수 있었던 부분들을 실시간으로 조언한다. 조용한 구역 내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지만 결국 환자를 향한 시선은 여럿이다. 우리가 같은 뜻으로 간호하는 팀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바뀌는 규정 덕분에 오히려 지적 긴장을 유지한 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현재의 치료 지침이 향후 가장 효과적인 접근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최신 지식에 기반하여 오늘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두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도 다시금 일어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원내 강의에서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해 도움을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회복탄력성이란 간단하게는 ‘고난을 이겨내는 힘’, ‘외부 자극에서부터 초래된 변형을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힘’이다. 스트레스를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가진 힘과도 같다. 우선, 내게 긍정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나 문장들을 종이에 잔뜩 써 내려간다. 내가 기술한 몇 가지의 단어를 공유하자면 ‘영화 시작 전 광고에서 다음 달 볼 영화 미리 정해보기’, ‘인천공항 새벽 비행기 도착 후 먹는 장칼국수’,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는 와인 한 잔’,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제목의 책’ 등이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이 단어들을 휴대폰 메모장이나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스트레스가 내 감정을 지배하기 전에 이 단어들과 연관된 감정을 상기시킨다. 간단하지만 이 방법의 원리는 스트레스를 긍정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들로 상쇄하는 것이고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떠올리는 단어가 무엇일지는 나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단어들이 스트레스 공존에 작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봄기운이 예전처럼 따뜻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시기다.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직장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혹은 사랑하는 것처럼, 오늘도 나는 근무복을 입고 스트레스와 공존하기로 다짐했다. 세심한 시선으로 나와 타인의 밝은 면에 집중하여 스트레스와 공존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해 뜰 날과 새로운 역사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응급간호팀
라연경 사원
응급간호팀 라연경 사원은 2020년 입사해 암병원간호2팀에서 암 환자를 간호했고, 현재는 코로나19의 최전선인 감염관리센터(CIC)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긍정, 사랑, 열정으로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매순간 도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