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암 이야기] 면역 체계가 암을 공격하게 하는 면역항암제 2022.06.08

 

 

 

면역 항암치료에 대한 개념은 무려 1890년부터 있었을 정도로 매우 오래됐다. 암으로 고통 받고 있던 환자가 심한 감염증을 앓고 회복했는데, 암도 일부 호전된 것이 관찰됐다. 이 때부터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을 죽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외부 물질을 이용해 암을 죽이는 것보다는 본인의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암을 죽인다는 원리다.

 

이후 많은 관련 연구가 이뤄졌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는 100년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존 면역항암제는 면역 증강은 되지만 항암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니면 면역 증강 정도가 너무 심한 나머지 뇌부종, 폐부종과 같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등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따라서 효과적인 면역항암제 개발은 쉽지 않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던 중 2010년 경 이필리무맙(ipilimumab), 니볼루맙(nivolumab) 그리고 펨브로리주맙(pembrolizumab)이라는 면역관문저해제가 피부암인 흑색종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부터 공식적으로 면역치료제가 표준 치료 요법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러한 약제들은 암 환자에서만 활성화되어있는 세포독성 T면역세포의 중요 표적(PD-1, PD-L1 혹은 CTLA-4)을 억제하며 항암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또한 불필요한 면역증강은 줄일 수 있어서 비교적 감내가 가능한 정도의 부작용을 보였다. 이러한 약제들은 다른 약제들과 구분하기 위해 단순히 면역 항암제로 부르기보다는 면역 표적 항암제로 부르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 면역항암제들이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차별점은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암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더라도 암이 더 커지지 않는 면역 환경을 만들어 암과 함께 장기간 생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면역 증강이 충분히 진행된 환자들의 경우 약제를 주기적으로 투여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수년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면역세포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다. T세포, NK세포, B세포 등이 있으며, 그 중 현재 면역치료에 유의한 효과가 증명돼 상용화된 약제들은 모두 T세포, 그 중 세포독성 T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들이다. NK세포는 자연살해(Natural Killer) 세포의 약자인 만큼 항암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약제들의 효과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NK세포 관련 약제들의 임상연구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이다. 현재의 세포독성 T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관문저해제 역시 그 효과가 흑색종이나 비소세포성 폐암등과 같은 일부 암종에서는 좋지만, 위암, 대장암과 같은 소화기 암에서는 그 효과가 10~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면역 증강 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존 약제들과의 병합요법이라든지, 암종별로 새로운 표적을 발굴해 해당 약제와의 병합요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되는 약제 형태의 면역항암제가 아닌, 부티크 치료제(명품 옷을 부티크에서 개별적으로 맞춰 입는 것처럼 환자 개별 종양 및 면역 특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약을 만드는)의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비용이 높지만 그만큼 매우 큰 치료 효과로 최근 화제가 된 CAR-T와 같은 유전자 재조합 면역항암제라든지, 환자의 종양면역세포를 추출해 이를 표적으로 하는 세포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 환자의 암과 면역세포 특성을 분석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더 많은 환자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조만간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간암, 담도암, 췌장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을 항암제로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담도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병용요법을 새롭게 고안해 발표한 결과가 전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되는 등 항암제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국내외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제14회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암 환자들이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치료 받으실 수 있게 [암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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