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메스를 잡을 때의 마음 2022.07.12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김원웅 교수

 

 

김원웅 교수에게 수술실은 익숙하지만 메스를 잡을 때의 마음은 항상 새롭다. ‘수술 전체를 관장하며 안전하게 진행하자!’ 수술의 매듭을 잘 풀고 나면 환자나 이후 치료를 맡은 의료진의 고생을 덜 수 있다는 책임감에서다. 레지던트로 처음 수술할 기회를 얻었을 때 ‘내 환자’에 대한 애정과 안전하게 치료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강렬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배움의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

“내과 교수님이 수술을 잘 받고 와서 걱정 안 해도 된다던데, 고맙습니다.” 수술 후 내분비내과로 보낸 환자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만족감은 순간순간의 긴장과 피로를 상쇄시킨다. “부산의 모교 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수련, 국군수도병원에서의 군 복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어진 경력은 수술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어요. 배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적응이 빠른 성격도 아니거든요.” 이미 수술 경험이 있었지만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뒤 수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조급해진 마음을 다잡게 해 준 건 환자들이었다. “주니어 의사에게 외래와 수술을 받으러 멀리서도 오는 환자들을 보면서 서울아산병원이 뽑은 사람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걸 알았어요. 저라면 경력 많은 의사를 찾을 것 같거든요. 제가 그만큼 준비됐는지 되물었죠.”

갑상선암 치료의 대가로 꼽히던 홍석준 교수의 수술법은 이전에 배웠던 수술법과 달랐다. ‘왜 다를까? 내가 하던 방식은 왜 안 될까?‘ 비교하던 자세는 배우는 자세로 바뀌었다.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계속 파고들었다. 종종 예전부터 수술 과정을 적어왔던 노트를 펼쳐봤다. 뒤로 갈수록 실수는 줄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늘 제자리 같아도 성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1년쯤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제 환자를 만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서

김 교수가 치료하는 갑상선과 부갑상선, 부신 분야는 환자의 생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암에 대한 불안은 누구나 같다. “평균 수명을 누리실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며 먼저 환자들의 불안을 잠재운다. 괜찮다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케이스도 있다. 한 갑상선암 환자에게서 혈관 안쪽까지 파고든 여포암을 발견했다. 흉부외과와 함께 수술하고 경과가 좋아 기분 좋게 퇴원 소식을 알렸다. 1년 뒤 환자의 치료 기록에서 폐에 갑상선암이 전이되어 항암 치료 중에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갑상선암을 가볍게 여기는 주변 반응에 민감해진 환자들을 이해하고 보듬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8년 말 신장내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투석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1%, 10년 생존율은 40%이다. 적절한 부갑상선 절제술로 혈관 석회화를 줄이면 투석 환자가 신장이식을 받을 때까지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은 이미 혈관이나 심장 기능이 떨어져 전신마취 자체가 쉽지 않다. 또 수술 중에 적정한 부갑상선의 보존과 제거를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환자 안전을 위해 수술 중 신속 부갑상선 호르몬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호르몬 수치가 원하는 만큼 떨어지는 걸 확인한 후에 수술을 마치고 있다. 또 부갑상선 절제술과 약물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1년에 20명 안팎의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속도를 내기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분명한 효과가 있는 대상 환자군을 찾아야 하고요. 그래도 투석 환자들에게 신장이식까지의 안전한 징검다리 역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힘든 길이지만 끝까지 해야죠.”

 

성장과 확장을 기대하며

최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는 내시경, 로봇 부신 절제술 1,000례를 달성했다. 부신은 호르몬 분비에 관여해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서울아산병원은 후복막 내시경 부신절제술을 시작으로 로봇 술기를 도입해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향상해왔다. “한 사람이 도맡으면 늘 하던 방식을 고수할 텐데 우리 병원은 다수의 교수가 부신 수술을 집도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저마다 미세하게 다른 스타일의 수술과 철학, 원칙이 있죠. 다양한 시도는 물론 카메라를 어디에 넣는지에 따른 미세한 차이까지 눈으로 보며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요즘은 축적된 부신 수술 테크닉을 국내·외 병원과 의료진에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수술하는 사람이 늘수록 아이디어가 쌓이고 발전의 여지가 확장될 거라고 믿는다. “어떤 위치나 환경에 있건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배울 거예요. 저를 성장시킨 사건은 과거가 아닌 앞으로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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