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 2022.08.10

암병원간호2팀 김지수 사원

 

 

 

2019년 9월, 갓 태어난 기린처럼 모든 게 서툴렀던 신규 간호사 때의 일이다. 병동의 한 환자는 난소암이 심하게 전이되어 잦은 시술과 처치를 받고 있었고 재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예민해졌다. 나날이 배액관 개수가 늘어났고 중증도도 높아졌다. 환자는 고학력의 커리어우먼이었고, 이른 나이에 난소암을 진단받아 낙담하면서도 삶에 대한 굳은 의지로 질병에 대해 공부하고 본인이 받은 치료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위생을 굉장히 중시하기도 했다. 당시 중증환자 간호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내심 ‘저 환자의 담당간호사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어설프지 않게 잘 해야 해요.” 처음으로 그 환자를 만나기 전 프리셉터 선생님이 병실 밖에서 속삭였다. ‘자연스럽게’를 마음속으로 반복하며 나름 시니어 간호사처럼 인사를 했지만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손이 문제였다. 체온계를 떨어뜨리고, 버벅대며 항생제를 투약하는 모습을 보였고 환자는 “알코올 솜으로 닦았어요?” “항생제 투약 간격이 조금 짧은 것 같은데요?”라는 날 선 질문을 해왔다. 앞으로 어떻게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손위생과 투약포트 소독을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추어 시행했다.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가 지속적으로 나타나 감염에 매우 민감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항생제 투약 시간을 철저히 준수했다. 말초정맥관의 개방성 문제나 다른 환자 응대 등으로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대한 정해진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컨디션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렸다. 간호순회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어딘가 불편해 보여서 물어보니 오른쪽 옆구리 안쪽이 간헐적으로 찌릿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환자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오른쪽 PCN 삽입부위 드레싱을 열어보니 조금 꺾여 있는 것을 발견해서 풀어주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환자는 나를 온전히 믿어 주었으며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루는 말초정맥관을 급하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실패할까 봐 두려웠지만 환자는 선뜻 시도해도 괜찮다며 손을 내밀었다. 혈관이 십자수 실보다 가늘었던 것 같다. 결국 혈관은 터졌고 환자는 아파했다. 죄송한 마음과 ‘다른 선생님께 부탁할 걸’이라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실수를 했으니 이제 내가 하는 간호에 대해 불신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환자는 “지수 선생님 연습 더 많이 해야겠어요~”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변함없이 내 간호를 믿어주었다.

 

그 후 4개월 뒤 환자는 운명을 달리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신규 간호사로 불리지 않는다. 항암주사실에 헬퍼로 파견 나와 주사도 하루에 20개씩이나 잡는다. 원래 속한 76병동이든, 항암주사실이든 주기적으로 뵙는 환자들이 참 많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환자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두고 또다시 뵙게 됐을 때 간호에 잘 적용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환자들이 좋게 생각해준 덕분에 얼마 전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신규 간호사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간호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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