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간호교육 에세이] 교육 시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2022.08.19

 

 

 

교육을 할 때 주어진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환자 교육뿐만 아니라 직원 교육 시에도 내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그래서 처음 교육을 시작할 때 이 교육이 왜 필요한지, 이번 시간 동안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에 대해 꼭 언급한다. 목적 없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교육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루할 수 있다. 특히 입원환자의 경우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어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전혀 기억을 못할 수 있다.

 

교육을 할 때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적절한 예시를 드는 것이다. 단, 예시는 교육대상자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빗대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번은 사춘기 여학생에게 장루 수술 후 일상생활 관리에 대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씨 있는 음식이나 나물류를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환아의 어머니는 아이가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환아는 장 마비로 다시 금식을 시작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나물은 먹지 않았지만 평소 좋아하던 젤리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아차’ 했다. 나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강조를 했지만 환아의 상황에 적합한 교육을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 환아의 식습관은 어땠는지, 학교에서의 생활 패턴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고 본다.

 

교육 중간중간에 강의한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소통하는 것도 주의를 환기하고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전달식, 주입식 강의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교육 중간에 피교육자가 배운 내용을 직접 말하게끔 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남은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교육 시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랍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교육을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누워있을 때는 복대를 풀고 있어도 되지만 앉거나 움직일 때는 복대를 꼭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재교육을 위해 방문해보니 누워있을 때는 단단하게 복대를 하고 있고 움직일 때는 복대를 풀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빠르게 설명 후 넘어갔는데 수술을 처음 받은, 그것도 언어가 다른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헷갈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틀린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해서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지?’가 아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가 교육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교육의 말미에는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명강의라도 너무 많은 내용이 전달되면 무슨 내용이 중요한지 헷갈릴 수 있다. 꼭 기억해야 하는 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교육 내용을 되짚어볼 수 있고, 교육의 핵심을 다시 주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내가 하고 있는 교육도 완성형이 아닌 수정할 것이 많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오늘 한 교육의 부족했던 점에 대해 성찰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왜 그 부분을 놓쳤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곤 한다. 입사 초기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의무라고 생각하고 수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교육을 통해 환자가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진은 대부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모임에서 외래간호사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주로 내원하기 때문에 자주 오기 보다는 6개월 간격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에 대한 교육, 설명을 할 때 ‘내 교육은 환자의 6개월 간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교육을 한다고 하셨다. 매우 바쁜 상황에서도 소명의식,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환자 교육에 임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마음이 하나 둘 모여 우리 병원이 신뢰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선진교육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우리가 연수를 떠났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서울아산병원만의 환자 교육 플랫폼을 벤치마킹하러 세계 곳곳에서 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암병원간호1팀
여현정 대리

암병원간호1팀 여현정 대리는 2008년 입사해 2016년부터 상처장루실금 전문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회 교육학술분과 리더를 맡고 있으며 환자·간호사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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