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불소치약 꼭 써야할까요? 2022.09.08

 

 

 

평소 “어떤 치약이 좋은가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뭔가 치과의사는 특별한 치약을 추천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 같은데 제 대답은 늘 동일합니다. “마트나 약국에서 파는 평범한 치약을 사서 쓰시면 됩니다.” 대답 후에는 어김없이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냐는 떨떠름한 반응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추가할 말은 꼭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라는 것 정도입니다.

치약과 칫솔을 쓰는 목적은 양치질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칫솔은 수세미에 비교하고 치약은 세제에 종종 비교하는데요. 치아에 붙은 치면세균막(치태)을 효과적으로 잘 제거해서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칫솔과 치약의 사용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약이란 치태가 잘 닦여나가도록 치태를 풀어주고 문질러주고 그 자리에 치아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넣어주면 좋은 치약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계면활성제이고 문질러주는 것이 연마제, 치아에 좋은 성분은 불소가 되겠지요.

 

불소의 효과

불소는 할로젠에 속하는 화학원소로 대한화학회의 정식 명칭은 ‘플루오린’입니다. 따라서 치약에서 ‘플루오르~’ 로 시작되는 성분이 불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소는 치아를 강하게 하고 구강 내 세균을 약하게 만듭니다. 치아는 수산화인회석이라는 화학구조로 되어 있는데 불소가 치아 표면에 붙으면 이 구조 중 일부와 불소가 결합을 하며 불화인회석을 만들게 됩니다. 불화인회석은 치아 구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치태 속 세균이 당을 녹여 산성물질을 만들어도 그에 대한 저항성을 높입니다. 충치가 생길 확률을 줄이는 것이죠. 또한 세균 자체의 활동도 억제합니다. 치태 속으로 불소가 들어가면 세균의 발육이나 활동이 저해되어 잇몸질환이 진행되는 속도도 늦춰줍니다.

 

불소의 역사

불소는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콜로라도 지역 주민들의 치아에 갈색 반점(반상치)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 지역에만 유독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역학조사를 했더니 토양의 특성으로 지역의 식수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불소가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와 더불어 그 지역의 충치 발생률도 현저히 낮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소가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여러 지역의 식수에 들어 있는 무기질의 함량과 충치 발생 정도를 조사합니다. 그 결과 다른 무기질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불소가 많을수록 충치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농도의 불소를 장기 음용하면 콜로라도 주민들처럼 치아에 반점이 생기지만 적정 농도의 불소에서는 반점이 안 생기고 충치 발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상수도에 1.0ppm의 불소를 투여해서 각 가정에 보급했습니다. 이것이 ‘수돗물 불소화(수불화)’ 사업의 시작입니다. 현재도 미국은 80% 이상의 도시에서 수불화 사업이 지속되고 있고 WHO는 비용-효용 대비 우수한 우식예방법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청주와 진해에서 시범적으로 0.7-0.8ppm의 저농도로 수불화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식수에 불소를 주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해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불소치약의 올바른 사용은?

치약에 함유된 불소를 삼켜도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불소 역시 화학물질 중 하나이니 찜찜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무불소치약을 쓰거나 물로만 양치질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설거지를 할 때도 세제보다 빡빡 닦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지만, 적당한 양의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설거지의 효과를 높이듯 적절한 양의 치약을 사용하는 것은 양치질의 효과를 높입니다. 또한 식수에 불소를 포함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상 하루 3번 치약을 다 삼켜도 하루 불소 섭취량을 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한 때 불소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서 저불소치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1,000ppm 미만이 함유된 저불소치약에 대한 충치예방효과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편입니다. 오히려 미국 및 유럽 등에는 1,500ppm 이상 함유된 고불소치약이 시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소아치과학회 및 미국소아치과학회도 불소치약의 권장연령을 첫 니가 나오는 순간부터로 낮추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대한소아치과학회는 불소치약의 권장연령을 만 2세 이상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저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권하는 방법은 치약을 적은 양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개 칫솔에 묻혀 있는 치약의 양은 칫솔모의 길이만큼 치약이 가득 묻혀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우리 입안의 치아를 닦기에는 너무 양이 많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적절한 치약의 양을 ‘pea-sized’ 또는 ‘smear layer’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콩알만큼의 크기나 얇게 펴 바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그 정도 양으로도 충분한 세정력과 불소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치아는 불소가 없으면 충치 공격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치아에 더없이 소중한 불소, 치약으로 매일 잘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과
박소연 교수

치과 박소연 교수는 2018년 입사해 어린이병원 소아치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5년 차 치과의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와 부모의 행복한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아이와 부모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삶과 일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책을 출간한 바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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