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손가락 빠는 우리 아이 괜찮을까요? 2022.10.13

 

 

 

“아이가 모유 수유를 중단하면서 돌쯤부터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어요. 지금 4살인데 아직도 손가락을 계속 빱니다. 손가락을 자꾸 빠니 감기도 자꾸 걸리는 것 같고, 주변에서도 자꾸 뭐라고 해서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료를 하다 보면 아이의 좋지 않은 습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손가락 빨기가 가장 흔하고, 일명 쪽쪽이라 불리는 고무 젖꼭지 빨기, 손톱 깨물기, 혀 내밀기, 입술 빨기 등의 습관이 있죠. 더구나 조부모님께서 양육을 맡아주시는 경우 어른들은 참으로 이런 ‘꼴’을 못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손 빨고 돌아다니거나 쪽쪽이를 물고 있는 경우 아마 부모님들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 어린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제 아이도 5살까지 손가락을 빨았습니다. 주변에서 어찌나 많은 얘기를 들었던지 제 이마에 써서 다니고 싶었어요. ‘제가 치과의사입니다. 알아서 합니다’라고요.

 

보통 주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부모님들은 걱정을 합니다. 진짜 내가 빨리 습관을 잡아줬어야 하는데 방치하는 것일까? 그런데 또 외국 애들은 내버려두던데 억지로 끊으면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손가락을 자꾸 빠는 것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라는데 내가 못 해준 게 있나?하는 알 수 없는 죄책감까지 더해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달래도 보고 때로는 혼도 내가면서 신경을 쓰지만 아이는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 쪽쪽 빨아댈 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두고 보셔도 됩니다. 오히려 절대 억지로 강압적으로 제지하면 안 됩니다. 대부분 만 4세까지는 발달 단계 중 구강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입안을 탐색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쪽쪽이나 손가락 등을 입안에 넣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발달 과정입니다. 구강기가 지나고 만 4~6세 사이에 어린이의 구강습관은 저절로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만 4세 이전의 구강습관은 치료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대한소아치과학회에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만 4~6세 사이에서는 아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기이므로 습관에 대해 인지시키고, 습관 대신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을 탐색하도록 도와주시면 좋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와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별다른 치료 장치 없이도 이 시기에 구강습관을 중단하게 됩니다.

 

만 6세 이후에도 습관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습관 차단 장치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중요한 원칙은 아이가 체벌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체벌로 느끼고 긴장도가 높아지면 더더욱 습관에 대한 집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본 경험으로 만 6세 이후까지 심각하게 습관이 지속돼 습관 차단 장치를 한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더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 4세를 전후해 기특하게도 자발적으로 그만둡니다. 아이들에게 손가락 빨기에 관한 동화책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아이의 기준에서 권위 있는 다른 사람, 즉 유치원 선생님이나 치과 선생님과 약속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게 데리고 오시면 손도장까지 꽉꽉 확실하게 받아드립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손가락을 빠는지도 모르게 빨기 때문에 그때 손을 잡아주는 식으로 그 습관을 가볍게 일러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다그치거나 혼내면 아이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느껴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꼭 인내와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손가락이나 쪽쪽이를 오래 빨면 구강 구조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손가락이 항상 위 앞니를 뒤에서 미는 위치에 있어서 위 앞니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아래 앞니는 눌려서 상대적으로 안쪽으로 밀리게 되는데 심한 경우 위아래 치아가 닿지 않게 벌어지는 개방교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강 구조의 변화는 아이가 만 6세 이전에만 습관을 중단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개선되면서 좋아지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8살까지 손가락을 빨았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 4세 전후로 습관을 중단하고, 아무리 길게 가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중단하는데 한 고집했던 모양입니다. 그것도 엄지손가락이 아닌 긴 검지를 빨고 다녔으니 빠는 모습도 웃겼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엄지손가락을 빠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손가락을 빠는 경우에는 더 오래 습관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기도, 약을 바르기도, 장갑을 끼우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더니 어느 순간 본인의 퉁퉁 부은 손가락을 자신이 보더니 더 이상 빨기를 중단했다고 하네요.

 

이렇듯 아이들은 준비가 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면, 그 준비된 기간에 제대로 된 가이드만 주면 무엇이든 해낼 수가 있습니다. 저도 제 아이를 키울 때는 참 안되지만 역시 아이들에게는 기다림이 최고의 처방입니다.

 

 

치과
박소연 교수

치과 박소연 교수는 2018년 입사해 어린이병원 소아치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5년 차 치과의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와 부모의 행복한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아이와 부모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삶과 일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책을 출간한 바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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