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와 병원, 따뜻한 세상을 잇는 고리 2023.01.04

사회복지팀 문나리 사원

 

▲ (왼) 환자 의뢰서를 토대로 상담 일정을 잡고 있는 문나리 사원 / (오)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환자의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상황을 살펴 가능한 지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출근하면 환자 의뢰서가 기다리고 있다. 인적 사항이나 의료적 상황을 스크리닝하고 차례로 환자들과 상담 약속을 잡는다. 신규 상담만 일주일에 30건 내외. 치료 과정과 사회적 연계를 도우면서 긴 인연이 시작된다. 

얼마 전 부모님을 일찍 여읜 20대 암 환자를 만났다. 일하던 가게 쪽방에서 생활하다가 치료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자 거주할 곳마저 잃게 된 사연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등록시키고 보건소에 암 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생계비는 병원 직원들의 모아사랑 기금과 연계했다. 환자는 뜻밖의 지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회색빛만은 아니었네요.”

 

사람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의료사회복지사의 길

사회복지대학원을 다니던 시기에 병원 사회복지팀에서 잠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됐다. 환자가 건강과 일상을 되찾는 과정을 함께 하는 보람이 컸다.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 수련 과정을 밟았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면 의료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는 필수다. 또 환자들과 상담하는 기술도 배우며 다양한 역량을 쌓았지만 막상 업무를 시작하자 감정적으로 소진되는 날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환자들은 예민하기 쉽다. 환자들이 공격적인 말투를 쓰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경험이 쌓이고 여유를 갖게 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그러실 수 있어요”라며 감정을 분리해 대답한다. 그러면 환자들도 빨리 진정하고 협조적으로 이야기를 진전시켜 나간다. 

 

▲ (왼) 문나리 사원이 환자와 지원 사업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 (오) 문나리 사원이 사회복지팀 동료들에게 임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상담하다 보면 누군가의 인생에 몰입하게 돼요. 환자분들도 위안 받으시고요.

 

함께 극복하는 방법

종종 상상도 못 할 어려운 사연을 만나게 된다. 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 30대 환자는 무연고자로 핸드폰조차 없어 아무런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환자는 자존심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털어놓지 못하다가 퇴원 시간이 임박해서야 당장 갈 곳도, 입을 옷도 없는 상황을 알렸다. 퇴원 시간이 다가올수록 애간장이 탔다. 급히 구청과 노숙 센터 등에 수십 통의 전화를 돌리고 각종 서류를 보냈다. 지역 기관들도 워낙 포화 상태여서 쉽진 않았다. 다행히 임시 거주지와 지원금, 입을 옷까지 마련한 뒤 환자를 웃으며 배웅할 수 있었다. 그후로도 주민센터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주기적으로 환자의 일상을 확인했다.

사회복지팀과 환자가 연계되는 방법은 3가지다. 환자가 알음알음 찾아오는 경우와 의료진이 의뢰하는 경우, 지역사회 기관에서 역으로 의뢰하는 경우다. 환자들은 상담하는 중에도 고민이 많다. “모든 상황이 어려운데 제가 치료를 끝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도움이 평생 이어질 수 없을뿐더러 건강도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경우를 앞서 걱정하는 것이다. “길고 짧은 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죠. 일단 우리 한 발짝만 내디뎌 봐요!”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인 것 같아요.

 

일의 숨은 의미

새로운 국가사업이나 변경된 제도를 사회복지팀 동료들과 수시로 공유한다. 심포지엄이나 학회에도 참석하며 환자들에게 도움 될 내용을 파악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희귀 케이스를 접할 때다. 도울 방법을 찾기 어려워 동료들과 상의하며 지원 방향을 잡는다. 코로나19로 중단된 교육 등의 집단 프로그램도 하루빨리 재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자들에게는 정보 공유나 정서적 공감을 위해 다른 환자들과의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혹 사회적 도움을 당연시하는 환자를 만날 때, 혹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지 의구심이 들 때면 또 다른 환자들의 인사에서 힘을 얻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청소 봉사라도 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빨리 회복해서 작은 돈이라도 꼭 기부할게요.” 감사 표현에는 일상으로의 극복 의지가 담겨있어서 매번 감동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번호의 전화가 왔다. 예전에 치료비를 지원받았던 환자다. “선생님, 오늘도 진료 잘 받고 갑니다~” 특별한 용건은 없어도 외래에 올 때마다 전화하는 환자의 속내는 도움 받은 데 대한 감사 표현일 것이다. 사회의 도움을 하나씩 이은 끝에 다시 일어선 환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반갑다. “건강한 목소리가 듣기 좋네요! 먼 길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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