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 삶 내다보는 평생주치의 2023.03.06

이비인후과 권민수 교수

 

 

뇌기저부와 쇄골 사이의 두경부에 질병이 발생하면 목소리가 변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거나 미용상의 변형이 오는 등 환자 삶의 질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두경부 치료를 하는 권민수 부교수는 항상 ‘환자의 삶에서 가장 좋은 치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앞에 두고 답을 찾는다.

 

닮고 싶은 의사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모멘텀이 있잖아요. 저는 TV나 영화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를 보며 의대에 진학했고, 닮고 싶은 스승과 선배들이 있는 이비인후과를 선택했습니다. 멋있는 사람을 보면 닮고 싶었어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의사가 되어야겠죠.” 병원에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웠다. 전공의 1년 차 때였다. 이비인후과에선 세 분과를 매달 돌아가며 담당했다. 암이 여러 번 재발한 환자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치의를 2~3번 맡게 되었다. 치료 확률이 희박했지만 당시 담당 두경부 교수는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결국 무사히 퇴원하게 된 환자가 ‘살려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 말이 남다르게 들렸어요. 흔히 이비인후과 치료는 생사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두경부 치료는 예외였죠. 생사의 기로에 섰던 환자가 수술을 통해 회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힘들 때 버티게 하는 힘도 되고요.”

 

두경부 수술은 신경과 혈관이 몰려있어서 의사의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권 부교수의 꼼꼼한 성격은 분명한 강점이었지만 단점이 되기도 했다. 고심하며 접근할수록 수술 시간이 지체되고 판단만 흐려져 환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교수님들의 지도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오히려 과감한 결정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가 생기면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힘들어했어요. 예기치 못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제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는지 냉정하게 자문해봅니다.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되도록 무던해지려고 해요. 힘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있더라고요.” 

 

꼼꼼하게 대범하게

두경부암이 생기면 숨 쉬거나 말하는 것, 먹는 게 모두 제한된다. 그래서 암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하는 분야다. 처음에는 환자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많은 가능성과 열린 결말을 제공했다.  그럴수록  환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치료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었다. 권 부교수는 지금의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지 두 가지에만 집중해 환자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호한 설명에 충격을 받고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분들이 있어요. 그러나 제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확실하게 제시하면 저를 신뢰하고 치료에 집중하세요.” 초기에 발견해 의료진의 처방을 잘 따르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그래서 ‘힘든 상황이지만 비관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라고 항상 환자들에게 강조한다.

권 부교수는 요즘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해보며 항암면역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술하는 의사가 수술 없이 암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게 조금 낯설게 보일 거예요(웃음). 수술한 후에 환자가 과연 좋아질지, 부작용 우려는 없는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거든요. 암의 완치뿐 아니라 환자의 일상생활을 도울 방법이라면 뭐든 찾고 싶습니다.”

 

환자 삶을 내다보며

두경부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의사와 환자 간의 의견 차이가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암이 재발하지 않는 게 치료의 일차 목표지만 수술 후 기능이 손실되면 환자들은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 그래서 수술 후에도 환자가 사회적·경제적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수술 외 치료에 관여하는 파트와 의견을 나누며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이유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때 후두 부분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가 찾아왔다. 병을 깨끗이 치료하려면 목소리 내는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인공후두기를 쓰면 목소리가 나올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환자 나이는 50세. 아직 경제 활동을 해야 할 시기여서 질병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권 부교수는 기능을 보존하는 방향을 찾기 위해 각종 교과서를 찾아보며 다른 의사들의 수술 동영상을 참고했다. 수술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회복 과정을 확신하긴 어려웠다. 그저 최선을 다해 수술한 결과, 목소리도 지키고 재발도 되지 않았다. 환자는 수술 결과에 크게 만족했다. 권 부교수가 우리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환자도 뒤따랐다. “두경부암 환자들과 인연이 시작되면 대개 평생 주치의로 남습니다. 제가 꿈꾸는 건 유명한 의사가 아닙니다. 제가 치료한 환자들, 저와 일하는 동료들이 자기 가족과 지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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