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안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지난 10년간 77개국, 4,600여 명이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훈 교수는 백내장과 각막 등 눈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다양한 치료법을 연구하며 국내·외 임상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훈 교수를 만나 외국인 환자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진료 시 철학
본인의 눈을 의료진에게 믿고 맡기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는 가능한 말로 끝내지 않고 직접 시연을 보이며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내문 설명대로 눈꺼풀을 닦으면 됩니다’라는 말로 끝내지 않고 직접 환자의 눈꺼풀을 닦으며 안내한다. 이렇게 말과 함께 실제 시연을 보여주면 환자는 치료 후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때 막간을 이용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 환자는 한결 안심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한 노력과 배려는 환자에게 큰 위로가 되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전문 진료 분야와 축적된 경험
안과 질환은 생사를 가름하지는 않지만 환자는 일상에서 큰 불편함과 불안을 느낀다. 눈이 보이지 않는 환자가 백내장 혹은 각막이식 수술을 통해 다시 세상과 시각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백내장 및 각막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전안부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했다. 2022년 한해 동안 집도한 백내장 수술은 약 850건, 각막 및 양막 이식은 약 130건에 달한다. 백내장 수술 후 마이봄샘(눈꺼풀에 있는 기름샘)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생긴 안구표면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며 마이봄샘 기능장애(MGD, meibomian gland dysfunction)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2012년 세계 최초로 미노사이클린 항생제의 마이봄샘 기능장애 치료 효과를 미국안과학회지에 보고하는 것을 시작으로 로테프레드놀 에타보네이트(Loteprednol etabonate) 안약, 마이봄샘 압출술, 안과용 펄스광선조사기(IPL, Intense Pulsed Light)의 치료 효과에 관한 논문도 발표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다양한 필터를 이용한 IPL 치료법을 소개해 그 중 Vascular 필터를 이용한 IPL의 치료 효과를 2021년 추계 대한안과학회 및 2022년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ASCRS)에 보고했다. 안검 및 마이봄샘 상태에 따라 다양한 필터를 이용하는 ‘IPL 건조증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봄샘 기능장애 치료를 위한 IPL 시술을 작년에만 약 1,400건 시행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 시 신경 쓰는 점
아무래도 외국인 환자와 의사소통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외국인 환자도 여러 명 만났다. 이를 대비하여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환자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 차이도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환자의 문화적 배경과 신념을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외국인 환자
40대 주한미군이 백내장으로 내원했다. 이미 굴절교정수술을 받았고 아프카니스탄에서 근무 중에 폭탄 노출 경험이 있어 외상성 백내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쉽지 않은 케이스였다. 환자는 군인으로서 백내장 수술 후에도 권총과 소총을 다루고 컴퓨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인간의 수정체와는 달리 조절력이 없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게 된다. 조절력이란 수정체가 두께를 변화시켜 거리에 따라 초점을 맞춰 사물을 깨끗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원거리, 중간거리, 근거리 중 환자에게 필요한 타겟을 선택하고 그에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삽입해야 한다. 환자와의 수술 전 상담을 거쳐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한 후 수술을 진행했다. 환자는 백내장 수술 후에 전혀 지장없이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최근에 결혼도 했다. 환자는 수술이 잘 되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본인 부대의 표식이 있는 메달을 선물로 주었다.
외국인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
외국인 환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귀국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더 많은 외국인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더 성실히 진료 및 수술에 임하고자 한다. 각막염, 마이봄샘 기능장애 등의 안구표면질환과 백내장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임상 및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믿고 방문하여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과
이훈 교수
전문분야 : 백내장, 레이저 백내장 클리닉, IPL 건조증 클리닉, 각막, 각막 이식, 노안
직책 : 담당교수, 특수검사팀
학술활동 : 부총무이사,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 편집이사, 한국콘택트렌즈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