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이야기 우울증에 빠진 뇌를 ‘재부팅’하는 1초의 전기자극, ECT 2023.04.13

우울증에 빠진 뇌를 ‘재부팅’하는 1초의 전기자극, ECT

우울증과 전기경련치료(ECT)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성우 교수

 


 

 

안녕하세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성우입니다.

저는 우울증,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을 만나는 의사입니다.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으로 고생하시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심한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 전기경련치료, ECT라고 하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름에서 오는 어떤 거부감이라고 할까요? 무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보니

정작 이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이들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실 ECT는 아주 역사가 깊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어떤 경우에 ECT가 도움이 되고, 또 어떻게 진행 되는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전기경련치료, 우울증이 심한 뇌를 ‘재부팅’하는 것

 

ECT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교란되어 있는 우울증 환자에게 아주 짧은 시간 전기자극을 주어 이 신경전달물질의 흐름을 다시 정상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우연한 기회로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우울증과 뇌전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몇 차례 경련 이후 우울증이 호전되는 것을 보고, 전기자극을 주어 인위적으로 경련을 유도하는 이 치료법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역사가 오래된 치료법으로 효과도 오랜 기간 증명되었고 그동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많은 발전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마취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이 치료가 아주 고통스럽게 온몸을 뒤틀듯이 힘들어하는 모습들로 묘사가 됐는데요,

지금은 마취 기술도 발달했고 의학도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안전하게 마취 하에 아주 짧은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치료를 받습니다. 치료 중 뇌에 전달되는 전기자극은 아주 약한 수준으로 ECT는 일종의 전기자극으로 뇌를 ‘재부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ECT는 모든 우울증 환자가 받을 수 있나요?

 

의료진이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다 ECT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여 ECT가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혹은 빨리 자해나 자살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 그리고 약물이나 다른 치료에서 효과가 없었을 때 ECT를 고려합니다.

사실 우울증이 다른 질병처럼 ‘통증'이 있거나 눈에 보이는 질병이 아니다 보니 상태를 수치화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료진도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환자분들께 권하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이면, 혹은 이런 증상이면 ECT가 효과가 있겠다 하는 식으로 권해드리게 됩니다. 환자 분의 상태나 과거 치료병력, 그리고 의료진의 경험 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3. 1초의 전기치료, 준비해야할 것은?

 

ECT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외래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는 입원치료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환자분의 뇌에 뇌혈관기형 같은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합니다. ECT를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특수치료 협의체의 동의 받아 치료를 시작합니다.

보통 6~10회를 한 싸이클로 보는데요, 일주일에 두세번정도의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한번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사실 실제 전기 자극을 머리에 주는 시간은 1초 남짓으로 아주 짧습니다. 직접적으로 전기를 주기 전에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수면 마취를 시행하고 소량의 근이완제를 투여합니다. 그 이후 헤어밴드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1-2초 정도 전기를 흘려 보냅니다.

근이완제를 투여하게 되면 전기자극으로 인해서 신체에 경련이 일어나더라도 영화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고통스럽게 떠는게 아니라 발만 까딱까닥 움직이게 됩니다. 실제로 환자는 수면 마취 중이기때문에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의료진들은 뇌파의 변화 등을 통해 치료가 잘 이뤄졌는지 확인합니다.

수면 마취나 근이완제를 걱정하시는 분도 있는데, 우리가 위내시경을 할 때보다 더 약한 강도로 아주 가벼운 마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있고, 근이완제도 환자 상태에 맞춰 가급적 소량을 사용하는 것이니 이로 인한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4. 전기경련치료 받으면 기억상실이 걸리나요?

 

ECT 부작용 관련해서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은 ‘단기 기억력 저하’ 입니다. 저희가 전기자극을 주는 위치를 정할 때, 가장 효과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부위에 전기를 흘려 보낼 수 있도록 전극을 부착하게 되는데, 전극을 부착하는 위치가 소위 말하는 기억력, 집중력과 같은 ‘인지기능’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후 단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달 안에 보다 길게 지속되는 경우 세달 안에는 회복됩니다.

ECT는 15분 정도 마취 후에 바로 깨어나는 치료이지만, 깨어나서 두통이나 약간의 메슥거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기자극이 들어가면서 턱근육이 수축돼 턱관절 통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해드립니다.

 

 

5. 전기경련치료는 청소년도 받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도 치료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자해나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경우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경우 ECT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게 혹여나 뇌 발달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이상이 생길까봐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ECT를 받는다고 해서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아이가 안 좋은 생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면 ECT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6. 치료를 받고나면 즉각 좋아지나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건 환자분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한두번만으로도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10회가 지나고 나서야 증상이 좋아지는 걸 경험하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있다면 언제 나타나는지를 치료 시작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대략 3회 정도가 지났을 때 대략의 최종적인 치료 결과를 예측하여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한 싸이클인 6회 또는 10회가 끝난 뒤 치료 효과를 평가해서 치료를 더 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전기경련치료의 유일한 단점은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다는 건데요,

한번 치료를 받고 영원히 우울증이 좋아진 상태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치료 효과가 점점 감소해서 어느 순간 다시 안 좋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후에 지속적으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ECT를 다시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처음 시행하는 것처럼 꼭 많은 횟수의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두번 정도만 시행하여 치료 효과를 유지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7.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얘기도 있듯이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기도 하고 또 금방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다른 치료법을 생각도 못하거나 설령 얘기를 듣더라도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우울증에 도움이 될 만한 안전한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환자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될 수 있는 메세지를 전달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기경련치료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인정 받아온 치료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도 인정하는 치료법입니다. 또한 저희의 경우 이 ECT를 전담하는 마취과 의료진이 있어 더욱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의료진이 함께 절망의 숲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드릴 테니 치료의 이름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꼭 용기 내 치료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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