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시간이 걸려도 모두 만족할 때까지 2023.05.04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주현 교수

 

 

소변줄을 단 86세의 환자가 찾아왔다. 전립선이 비대해진 데 비해 요도가 매우 좁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병원에서 들은 터였다. 뇌졸중 병력으로 항혈전제까지 복용하고 있어 치료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소변줄을 달고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환자의 호소에 로봇전립선절제술을 진행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케이스는 저에게도 부담이 큽니다. 주변 조직의 유착이 심하고 수혈이 필요할 만큼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환자가 소변줄을 떼고 퇴원하는 순간 고생은 싹 잊혀졌습니다. 외래에서 만날 때마다 치료 결과에 만족하는 환자분을 보며 보람도 느끼고요.”

 

설명과 설득

박주현 교수는 주로 배뇨 장애, 성기능 장애, 골반 통증을 치료하고 있다. 많은 환자가 이런저런 약을 수년간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찾아와 얼른 낫게 해달라고 재촉한다. 이전 병원에서의 기록을 자세히 살펴볼 때마다 ‘적절한 치료가 시행된 것 같은데 왜 효과가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환자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 등이 교정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올바른 치료 방침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실감했다. 직접 제작한 팸플릿을 보여주며 환자를 설득하고 필요한 운동을 교육하다 보면 진료 시간이 늘 짧기만 하다. 그래도 꼭 보고 싶은 소견이 있으면 직접 영상을 찍어서 확인할 만큼 꼼꼼하고 적극적인 진료를 펼치고 있다. “환자분들의 요구와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에 닿아야 진료를 끝낼 수 있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상태가 박 교수의 예상과 달라 치료 방침을 정하고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우리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의 간절함을 알기 때문에 어려운 치료에도 열심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수술 효과가 미미한 시도를 무리하게 고집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대로 진행하면 저나 환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죠. 반대로 환자가 느끼기에 별 차이가 없는 수술 같지만 기능적으로 신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옳은 선택을 찾아서 설득하는 진료에 항상 힘쓰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함께 이기며

어떤 환자와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박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랐다. 흔히 말하는 ‘딸 같은 아들’이었다.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인지 전공을 선택할 때 환자와 모든 치료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수련을 받으며 소변을 잘 보지 못하던 환자들이 수술 직후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비뇨의학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내시경적 수술법과 약물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의 아버지도 전립선암 환자다. 로봇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경과를 관찰 중이다. “치료 과정을 비교적 잘 아는 저조차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치료가 잘 되고 있는데도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선 병원 프로세스에 그냥 휩쓸려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요. 객관적으로 지금이 어느 시점에 와있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때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의 한마디에 위로와 안심이 됐습니다. 의사에게 느끼는 믿음과 신뢰가 긴 투병 생활에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요. 제가 더 많은 환자를 경험하며 배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환자가 준 숙제

비뇨의학과에는 간질성방광염과 저활동성방광과 같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치성 질환들이 있다. 간질성방광염의 경우 내시경적 소작술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지만 6개월 이내에 30%, 1년 이내에 50% 정도가 재발한다. 박 교수는 재발을 최소화하고 환자가 고통받지 않을 방법을 연구 중이다. “전국적으로 환자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당 환자분이 우리 병원에 오기 때문에 저에겐 꼭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박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주명수 교수, 울산의대 세포유전공학교실 신동명 교수와 간질성방광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치료 임상연구를 세계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저활동성방광 환자들에 대한 줄기세포치료 임상연구도 시작할 계획이다. 차후 분석을 통해 난치성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가 더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분들께 항상 최고의 치료를 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끊임없는 공부는 물론이고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 의료팀 전체의 실력과 사기를 높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좋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유입될 수 있도록 훌륭한 의료팀과 연구팀을 만드는 것이 제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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