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연구실에서 듣다] 연구의 세계는 무한하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2023.06.07

서울아산병원 이상욱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사이버나이프 장비를 준비하는 이상욱 교수.

 

2023년 1월, 서울아산병원 이상욱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방사선에 의한 정상세포 손상방지 및 복구치료법, 방사선 노출에 따른 맞춤치료를 위한 오믹스학 접목 등 방사선 분야의 발전을 위한 연구 및 핵심 인프라 구축에 힘써온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방사선종양학 분야에서 의학한림원 정회원은 7명뿐이고, 현직 교수는 단 2명이어서 이번 이상욱 교수의 정회원 선출은 의미가 깊다.

 

척박한 방사선종양학과의 발전을 이끌다

이상욱 교수는 방사선종양학과의 발전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땅에 높은 빌딩을 세운 셈’이라고 말한다. 그가 전공과를 선택했던 당시 방사선종양학과는 의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과가 아니었다.

 

“제가 방사선종양학을 할 수 있었던 건 비인기과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에도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이었습니다. 종양학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였지만 방사선종양학과는 비인기과였어요. 실습을 마치고 방사선종양학과에 선발 기준을 물어보니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아직 지원자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들어가게 됐지요.”

 

어찌 보면 가벼워 보이는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은 운명처럼 그를 강하게 이끌었다. 레지던트 2년차에 쓴 첫 논문이 학회에서 전공의 우수구연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후로도 많은 논문을 발표해 SCI급 국제학술지에도 다수 게재됐다. 함께 서울아산병원 교수로 함께 발령받은 17명 중에서도 논문수로 단연 1등이었다.

 

이상욱 교수는 두경부암 방사선치료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편 끊임없이 과제를 발굴·연구하고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연구를 하려면 뭐든 다 해봐야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한 제약회사에서 제안한 신약 개발 연구가 그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신약 개발은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을 거듭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적이 분명합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지만, 저의 연구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당시에는 신약 개발 연구가 각광받고 있었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담은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방사선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욱 교수.

 

의학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약간만 눈을 돌렸을 뿐인데, 가능성의 문은 더 크게 열렸다. 이상욱 교수는 유전자변형 쥐 ‘인간화 마우스’에 주목했다. 신약 개발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약효를 검증할 때 반드시 동물모델 실험을 거친다. 흔히 말하는 실험용 쥐 ‘모르모트’를 이용한 실험이다. 그러나 모르모트는 사람과는 다른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면역 항암제 같은 바이오 신약에서는 종간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인간과 유사한 면역체계를 가진 인간화 마우스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시설과 기술 부족으로 전면 수입에 의존해왔다. 마침 융합연구지원센터 소장을 맡게 된 이상욱 교수는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인간화 마우스 기술 국산화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팀을 꾸렸다.

 

“2016년에 당시 새롭게 등장한 4세대 유전자가위 ‘Cpf1’을 활용한 인간화 마우스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훨씬 효율성이 높은 인간화 마우스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 기간도 최장 2년에서 6개월로 줄어들고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었지요.” 연구결과는 생명공학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에 게재됐고, 이상욱 교수는 국내 유일의 인간화 마우스 공급기업인 젬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해 2020년부터 인간화 마우스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현재 그는 인간화 마우스를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방사선 암 치료 후 발생하는 후유증을 줄이는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저는 항상 똑같은 케이스는 없다고 말해요. 같은 암이라도 사람도 다르고 병기도 다르고 위치와 발생 시간도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의학 연구가 무궁무진한 거예요.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경쟁하기도 하지만 조금 시야를 넓히면 연구할 주제는 정말 많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막히면 다른 길로 가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안다, 모른다보다 매일 보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상욱 교수는 ‘우리 서울아산병원은 남다른 시야와 관찰력을 가진 임상 연구자를 훈련시키고 육성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후학들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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