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 마음 헤아리는 공감과 소통 2023.08.07

서울아산병원 암병원간호1팀 진혜련 주임

 

 

 

한 젊은 유방암 환자가 치료 전 검사를 위해 혼자 입원했다. 직업은 군인이었다. 입원 당일 면담을 할 때 씩씩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병동에 입원하는 유방암 환자들은 대부분 암을 진단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환자들이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많지만 이 환자는 대화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다음날, 당일 검사를 알려주러 갔을 때 만난 환자는 어제의 씩씩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낯빛도 어두웠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건넸다. “지수(가명)님, 혼자 입원해서 검사를 받으려고 하니 많이 불안하고 힘드시죠? 항암을 먼저 받아야 해서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환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유방암이라고 하니 겁도 나고 혼자 병원에서 인터넷으로 유방암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니까 불안감과 두려움이 더 커지네요.”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환자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항암제의 효과가 높은 유방암이에요. 치료를 마치고 5년만 무사히 넘긴다면 재발률도 가장 낮습니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으니 유방암 안내 책자를 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교육용 책자를 가져다 주었다. “환자분들은 보통 불안해 하다가도 결국엔 항암 치료를 잘 받고 다들 수술을 받으러 재입원하세요. 씩씩하고 밝은 지수님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요. 힘내세요!”라고 하니 환자는 금세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검사가 다 끝나고 퇴원하는 날, 환자는 내게 와서 손을 잡으며 밝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다. “혼자 입원해서 두려움이 컸는데 선생님이 잘 설명하고 위로를 해주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덕분에 검사 잘 받고 오늘 퇴원해요~” 처음 만났을 때의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생하셨어요! 다시 씩씩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항암 치료 잘 받으시고 수술할 때 다시 만나요!”

 

공감과 소통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담당 간호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려는 마음이 환자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 마음을 환자가 알아주고 인정해줘서 나 또한 힘이 났다. 입·퇴원이 많은 병동이라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며 서로 깊은 소통을 하기가 어려운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직접 표현해주는 환자가 고마웠다.

 

치료 전 검사를 위해 입원하는 환자들은 당장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없어서 검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에만 초점을 두고 간호를 했었다. 입원 기간이 짧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마음의 정리가 안 된 채 입원하는 환자들이라 암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공감과 소통이 환자에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환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공감하면서 불안과 걱정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는 간호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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