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2 의료 서비스 경험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병·의원을 찾은 외래환자는 평균 16분을 기다려 8.9분 동안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래 진료를 원하는 일자에 이용하지 못한 사람은 평균 6.7일, 입원의 경우 평균 14.7일을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만족도는 낮아지며, 진료 대기 시간이 10분 늘어날 때마다 환자 경험 만족도는 3% 낮아진다고 한다.
지금의 병원은 정해진 물리적 공간과 시간적 제약에 따라 한정된 의료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위축감을 느낀다. 주차, 접수, 수납 절차, 길 찾기 등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들로 진료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의사의 진료 시간은 몇 분을 넘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편안하게 고객이 병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
단기간에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 경험과 새로운 기술이 융합되어 물리적 제약 없이 병원 안과 밖, 의료진과 환자를 빠르게 연결해 경험을 확장한 미래병원에선 고객 경험도 변화할 것이다.
그럼 미래병원에서 고객 경험은 어떻게 변할까?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헬스케어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차 진료를 위한 환자와의 상호작용 중 최대 60%는 가상환경에서 실시되며 점차 환자가 병원 및 병원 관련 케어 장소에서 벗어날 거라고 예측했다. 환자 치료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가상 환경에서 제공하는 형태가 되고, 환자의 가정과 커뮤니티에 더 가까운 환경 영역으로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병원의 고객 경험은 환자와 의료 서비스 간의 상호 작용 방식을 재정의한다.
디지털화된 정보의 확대, 기술(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간의 연결, 실시간 정보 기록 등을 통해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서비스가 사라지고, 디지털 기술과 맞춤형 온디맨드(On-Demand,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즉시 제공하는 서비스) 케어를 활용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병원을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늦은 밤 경미한 건강 문제가 생긴 환자는 의료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가상 의료(virtual Health)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실제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의료전문가와 연결되어 이동 부담과 대기 시간을 줄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진료받게 될 것이다.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활력 징후 등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사후 관리를 할 수 있어 병원을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은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에 실시간으로 건강 정보를 제공해서 의사의 지식과 환자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치료 의사 결정(Shared decision making)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래 병원의 개념은 병원(Hospital)에서 집(Home)으로,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헬스케어(Healthcare)에서 건강 자체를 보살피는 헬스(Health)로,
병원 중심의 분절적 의료를 제공받는 환자(Patient)에서 상호 협력적 의료 연계를 통해 맞춤형 개인화된 사람(Human)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로운 기술 발전 등을 맞이하며 병원의 모습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병원의 변화는 환자 경험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었고 고객 경험의 변화로 미래 병원은 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박대호 유닛 매니저
박대호 유닛 매니저는 2010년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해 2017년부터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 내 혁신주도 부서로 인간중심 경험 디자인 가치를 지향하고 현장 직원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