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암환자와 동행하는 간호사] 진정성과 정확성의 조화 2023.08.23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저 바라보면~’ 한 번쯤 들어 본 듯한 광고 속 노래의 익숙한 가사이다. 간호업무를 하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내 진심이 잘못 전달되어 오해를 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면 이 노래 가사처럼 눈빛만으로도 진실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종종 있다. 아마도 간호에 진심인 모든 간호사들이라면 다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암 환자의 일상 회복에 동행하는 외래 간호사의 행복 만들기’ 프로젝트인 TRUST(신뢰)의 핵심 주제어 ‘T’는 True이다. True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인, 참인, 맞는, 진짜의, 정확한, 일직선으로, 똑바로, 진실을 말하는'이다. ?한 단어가 내포하는 여러 가지 의미 속에서 우리 팀이 정의한 'True'는 다음의 두 가지를 포함한다. 첫 번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믿음을 보여준다.’이고, 두 번째는 ‘업무 지침을 숙지하고 원칙을 준수한다.’이다.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고 귀가하기까지 과정 속에는 여러 명의 외래 간호사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간호사들은 접수대에서 환자 도착을 확인하고 진료 전 준비 사항, 예진실에서는 병력이나 검사와 치료 경력 확인, 진료실 안에서는 치료 계획과 처방 정보, 진료실 밖에서는 진행 사항을 확인한다. 이처럼 각자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다르지만, 전과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후과정이 수월하다. 간호업무의 특성상 서로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료의 전반적 흐름으로 업무를 이해해야 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동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업무태도이다. 그중 첫 번째가 ‘정확한 확인’이다. 중요한 부분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환자가 진료 결과와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두 번째로 ‘순간 판단력’이다. 예측되는 위험도가 있는지를 순간적으로 빨리 판단해야 한다. 문제 발견 시 역으로 추적해 잘못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서 해결해야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를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팀이 정의한 ‘True’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믿음을 보여준다.’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각자가 일하는 방식이나 과정을 매 순간 평가하거나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결과로 유추해 볼 뿐이다. 환자와 동료를 위하는 진정성은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과정보다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또한 간호사라는 직업은 정확성과 진정성의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간호 업무의 지침과 원칙을 정확히 알고 잘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약속된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관성 있게 수행해야 새로운 문제 상황을 맞닥뜨린다 해도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업무 지침을 숙지하고 원칙을 준수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 간호사들이 지키고 있는 행동지침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암병원 외래간호팀의 숙련된 선배 간호사들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모르는 것은 지침 찾아보기, 일 잘하는 간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따라하기, 실수한 상황 메모하고 원인 찾아 정리하기, 재발방지를 위한 주의사항 기록과 실행계획 수립하고 연습하기, 동료들 간 피드백 나누기, 지침 관련 변경 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확인하기, 간호업무 온라인 보수교육 듣기 등이 있었다. 선후배 간 소통하면서 글로 전달할 수 없는 경험적 지식을 만들어 가는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후배들에게 전승되어 관습을 따르는 간호가 아닌, 꾸준히 성장하는 암 병원 외래간호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과 진심의 균형을 지켜가는 동료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종양내과 외래
강은희 차장

2011년부터 유방암, 림프종, 다발골수종 환자의 항암 교육과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종양전문간호사입니다.
암교육정보센터에서 암 피로관리 강좌를 맡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진의 의사소통과 건강한 치료적 관계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신뢰를 쌓아가는 외래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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