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네, 인턴입니다!] 인턴은 무슨 일을 할까 2023.08.30

 

 

 

“선생님은 어느 진료과에요?” 병동에서 일하던 어느 날, 한 보호자가 물었다.

심장내과 심전도 촬영, 호흡기내과 동맥혈가스검사, 심장혈관흉부외과 흉관관리, 소화기내과 복수천자, 이비인후과 기관절개관 교체, 비뇨의학과 유치도뇨관 삽입, 마취통증의학과 진정평가, 동의서 구득 등 여러 진료과의 다양한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저는 필요한 건 다 합니다.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보니까 선생님은 다 잘하더라고. 만능이야 만능!” 아직 할 줄 아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은 초보 의사지만 이런 칭찬은 항상 힘이 된다.

 

병원과 의사를 그린 대중매체에서 인턴은 아는 것이 없고 실력이 부족하다. 반면, 주인공 의사는 인턴의 어리숙한 실수를 능숙하게 수습하고 대범하게 용서하는 선배로 그려진다. 그 설정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 어렵지만 서울아산병원 인턴인 나는 드라마 속 인턴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술기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인턴 제도의 의의이다. 인턴 업무 분장은 병원과 분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턴이 하고 있는 주요 업무를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심전도(EKG) 촬영 – 심장근육은 전기자극을 스스로 만들어내 규칙적인 심장박동을 유지한다. 사지와 가슴에 전극을 부착하고 심전도를 촬영하면 그 전기신호를 포착해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한 검사이기 때문에 잡음에 취약하다. 고품질의 심전도를 얻기 위해 침대에 연결된 전원을 분리하는 것도 작은 팁이다. 인턴이 촬영한 심전도는 담당의가 조회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연동되지만 심근경색과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연락해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동맥혈가스검사(ABGA) - 일반적인 혈액검사는 정맥혈로 진행하지만 신체의 산소-이산화탄소 균형, 젖산 수치 등을 알기 위해 동맥혈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동맥혈은 주로 손목의 요골동맥(Radial artery)에서 채취하며, 혈관 보호 등의 이유로 채혈할 수 없는 경우 대퇴동맥(Femoral artery)에서 피를 뽑기도 한다. 다른 술기와 달리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입사 초반에는 첫 시도로 채혈을 성공하지 못해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도한 적도 있다. 물론 입사 5개월차인 지금은 능숙하게 해낸다.

 

유치도뇨관 혹은 소변줄(Foley catheter) 삽입 – 유치도뇨관은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요도를 통해 방광에 삽입하는 관이다. 남성 환자의 경우 요도가 길고 요도 주변에 전립선이 위치하고 있어 인턴이 삽입한다. 유치도뇨관 삽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균술을 준수하는 것이다. 방광에 오염된 관이 들어가면 요로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독방포와 멸균장갑을 사용한다.

 

의료인 동행 – 다른 병동으로 전동하거나 검사를 위해 이동할 때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있는 환자는 인턴이 동행한다. 동행 중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등의 수치를 계속 살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본원에서 타원으로 환자가 전원 될 때 구급차에 함께 탑승할 때도 있다. 환자와 동행할 때에는 환자를 관리하느라 정신 없지만 빈 구급차로 돌아오는 길은 잠깐의 휴식 시간이 된다. 물론 복귀 후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업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수술실 입·퇴실 - 수술장 입구에 도착한 환자를 확인해 수술실로 이동하는 일도 인턴의 업무다. 입실할 때는 정확한 환자 확인이 중요하고, 퇴실할 때는 마취에서 회복하는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회복실로 이동해야한다. 수술실 침대는 꽤나 무거워 환자가 누우면 100-200kg 정도의 무게를 끌어야한다. 많은 힘을 내야하기 때문에 수술실 식당에서는 나도 모르게 밥을 수북히 쌓게 된다. 

 

‘헬프(HELP)’ - 각 분과에는 업무량과 난이도를 고려해 인턴 인력이 배정되어 있지만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해 해당과 인턴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헬프’를 요청하면 일을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분과의 인턴이 온다. 서로 도우며 일하지 않는다면 원활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턴 업무이기도 하다.

 

인턴 업무는 위에 나열한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분과에 따라 추가되거나 변경되기도 한다. 그래도 인턴이 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술기의 종류와 목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인턴 업무를 정리해보았다. 인턴 업무는 특별히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지만 환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이다. 검사, 처치 하나하나가 환자 경험의 일부가 되기에 환자에게 하나라도 더 설명하고 더 공감을 표하려 노력하고 있다.

 

2,732병상의 서울아산병원과 804병상의 강릉아산병원, 도합 3,500병상이 넘는 두 곳에서 인턴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132명의 동료 인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교육수련실
윤성민 인턴

윤성민 인턴은 울산의대 졸업 후 2023년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매달 여러 진료과를 경험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느낍니다.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환자와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의료인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 1기 필진으로 활동하며 [의대생의 독서일기]를 연재하였으며, 금년 2기 필진에도 선정되어 초보의사의 성장기 [네, 인턴입니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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