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치매환자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극복을 위해 같은 날인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약 93만 5,086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에 달하는 수치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치매 환자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치매의 50%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 진행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우리나라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는 신경 퇴행성 치매다. 그다음으로는 중풍·뇌졸중 등 뇌의 혈액 순환 장애에 의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호발 연령은 65세 이후에서 가장 흔하며, 매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적이다. 주된 증상으로는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 오늘 날짜, 현재 시각, 본인이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파악 기능 장애, 전두엽 수행능력 장애 등과 같은 신경인지기능 이상이 있다.
또한 초기 단계부터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들을 주워오는 행동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종류 | 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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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른 기억 감퇴 | - 옛 친구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난다 - 예전에 잘 알고 있던 것이 기억 안 난다 - 잘 감추어 둔 물건을 못 찾겠다 - 약속을 하고서 깜빡 잊는 경우가 있다 - 물건을 사러 가서 몇 가지를 잊는다 - 답답하고 화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상생활을 가능하다 ※ 주로 ‘사소한’ 내용을 ‘가끔씩’ 잊는다 |
알츠하이머형 치매 | -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난다 - 매일 하던 일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 매번 제 위치에 두는 물건을 찾지 못한다 - 약속을 하고서 약속 사실을 잊는다 - 물건을 사러 가서 왜 왔는지 몰라 그냥 온다 - 힌트를 주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사소한 내용과 중요한 내용을 ‘모두’ 잊는다 |
▲ [표] 나이에 따른 기억 감퇴와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증상
▷ 진단 때 보호자 설명 중요··· 종합적 검사 통해 치매 진단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진단할 때는 보호자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의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언제부터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확인하고, 그 이후 인지기능검사, 혈액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을 내린다.
치매안심센터나 병원 초진 진료 시 시행하는 10~15분 가량의 인지검사는 환자의 인지기능 수준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선별검사다. 여기서 문제가 파악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1~2시간이 소요되는 종합인지기능검사를 받게 된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기억력 저하가 분명한 경우에는 6개월~1년 간격을 두고 인지기능검사를 받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인지기능검사에서 치매 또는 치매 전조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확인될 경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영상검사를 받게 된다. 참고로 MRI만으로는 치매를 진단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인지기능검사를 통한 인지평가가 선행되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매 전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만 떨어져 있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추적 관찰하여 기억력 저하의 악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 역시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 치료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이행되지 않고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 조기 발견해 중증화 막아야··· 약물치료 더해 위험인자 조절 필요
현재 치매 치료의 근간은 중증화를 막는 것이다.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꼭 필요한 관절과 근육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운동치료,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 현재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하는 현실인식훈련, 저하된 인지기능을 훈련하는 인지훈련 등의 비약물치료도 병행하면 치매환자의 현재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어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다른 약물들에 대한 임상시험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이내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 큰 혁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치매 예방은 이를수록 좋아···사회적 고립 피하고 운동·식습관 관리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 심지어는 그 이전부터 치매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적절한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치매를 절반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우선 청소년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못한 환자들보다 치매 위험성이 낮았다. 40~50대의 중년기로 접어들 때는 머리 외상을 조심하고 고혈압, 과음, 비만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이나 우울증을 피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 및 스트레칭, 근력 운동 또한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매일 30분씩, 주 5회 가량을 꾸준히 걷고 운동할 경우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식은 통곡물, 녹황색 야채, 견과류, 가금류를 통한 적절한 단백질 섭취, 등 푸른 생선 섭취를 권장하며 붉은 고기, 고지방 치즈, 빵, 설탕, 과자, 패스트푸드 등은 제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폭이 매일매일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