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의료진 에세이] 조금은 다르고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하며 2023.10.17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연신 특수교사

 

임연신 특수교사는 자폐스펙트럼 검사자 자격을 취득해 체계적인 진단 시스템을 확립했다.

 

나는 조금은 다르고 특별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다. 교사는 학교에서 일할 텐데, 병원에서 일하는 특수교사가 있다니 신기해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약 9천 명의 서울아산병원 직원 중 특수교사는 단 한 명뿐이다.

특수교사로서 발달검사, 자폐증 진단검사, ADHD, 자폐스펙트럼 대상 사회성 그룹 치료 및 부모 양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발달검사와 자폐증진단검사는 가장 긴장되고 마음이 쓰이는 업무다. 귀하고 소중한 내 아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병원까지 오게 된 그 과정과 불안한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정성을 쏟는다. 검사실에서 만나는 아이를 내 아이처럼 생각하는 한편, 아이의 남다르고 특별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의 발달을 돕는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해야 하는 것이 특수교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검사보고서 한 줄 한 줄이 아이와 보호자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알기에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된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아이, 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일

“우리 애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원래 안 그러는데 여기서만 그러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바꿔서 검사하면 안돼요?” 검사 현장에서는 보호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도 있다. 경력이 적을 때는 ‘선생님은 아이를 키워보셨나요?’라는 질문부터 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불안한 보호자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상호작용하기에는 경력이나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나 25년 차가 되면서 외모에서도 경력이 느껴지다 보니 보호자들도 검사를 신뢰하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도 보호자를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져서 지금은 불안하고 힘든 보호자 마음을 들어주고 반영하는 것까지 검사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임한다.

그렇다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한 보호자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아이의 발달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고, 보호자도 불안한 마음에 검사결과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검사를 통해 제시한 치료 방향대로 치료하면서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 보호자는 ‘당시는 속상했지만 지금은 선생님을 만난게 행운이었다’고 직접 쓴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또 아이 양말이 귀엽다고 한 사소한 나의 행동도 지나치지 않고 ‘우리 아이를 예쁘게 봐준 선생님’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보호자, ‘우리 아이가 사춘기인데 마음이 힘들면 서울아산병원에 가서 있다 온다’고 전해준 사회성그룹치료에서 만난 보호자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교사로서 너무나 기쁘고 힘이 난다.

또 아이들이 많이 좋아져서 학교와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전반적으로 발달이 좋아져서 올 때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의 성장은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일인 것 같다.

 

행복하게 살아갈 아이들을 꿈꾼다

“학교 현장에는 특수교사들이 많이 있고, 다들 잘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병원에서 특수교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병원 특수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고민하던 그때 지도교수님이 해주신 조언이다. 학교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결혼해서 아이도 키우고 있었으니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의 조언 덕분에 더 이상의 고민 없이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었고, 2006년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직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다. 병원에서 쓰는 시스템, 용어 모두 너무 생소했고 나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도 적응을 위해 정리했던 나만의 ‘아산병원 적응기’ 노트를 보면 감회가 새롭다. 병원 특수교사의 역할을 고민하던 나는 2008년 자폐스펙트럼을 검사할 수 있는 검사자 자격을 취득해 타 병원보다 이르게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진단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었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던 박사학위도 10년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고 국제공인행동분석가(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t) 등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내 작은 능력으로 발달상의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조기에 발견해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병원 17년차가 됐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이 너른 세상에서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꿈꾸며, 앞으로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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