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소아 재활 분야의 도전과 교감 2023.11.03

재활의학과 고은재 교수

 

 

고은재 교수는 신경외과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인 뇌성마비 환아에게 편지를 받았다. “새로운 치료법을 알려 주고 보다 잘 걸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환자의 감격과 의지는 어떠한 길도 함께 찾아 나설 힘이 되었다. 앞으로의 재활 치료에서 중요한 점을 서로 이야기 나누며 걸음을 다듬을 때마다 고 교수는 소아 재활 분야에 몸 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아 재활 분야의 새로운 도전

“제가 만나는 어린이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질병을 치료하는 데 급급했던 예전과 달리 삶의 질이 점점 중요해진 요즘은 소아 재활 분야의 진단과 치료 범위도 폭넓다. 특히 고위험 산모가 많은 서울아산병원의 특성상 조산아부터 유전 질환이나 각종 수술을 받으며 생긴 발달 지연 및 섭식 장애, 소아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 치료의 요구도가 높다. 고 교수가 최근 주목하는 것은 소아심장재활 프로그램이다. “심장 기형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섭식 장애와 발달 지연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내과적, 수술적 치료가 끝나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 없이 학교 생활만 겨우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렇게 성인이 되면 유산소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에 대해 소아심장 관련 의료진과 의기투합해 소아심장재활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소아심장재활 자체가 낯설어 환자들에게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최근에 심장 이식을 앞둔 환아에게 수술 전 재활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어요. 이식받기 전의 컨디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심실보조장치를 달고 있으니 병실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다행히 심장을 이식받은 뒤 극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재활의학과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죠.” 이 밖에도 고 교수는 소아호흡재활, 소아암재활, 소아중환자재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치료

환아들을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면서 자녀의 질병을 처음 알게 된 보호자의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상황에서 고 교수는 차분히 보호자와 환아를 격려하고 최선의 치료에 대해 상의한다. “가족의 일상이 아예 바뀌는 순간이기에 제 마음도 아파요. 그래서 항상 환자의 편에 서려고 애쓰면서 좋아진 점과 격려로 진료를 시작합니다. 그 자체로도 부모님에 대한 지지가 되거든요. 그 후에 안 좋아진 점이나 치료가 더 필요한 부분을 설명해 드리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음에 더 좋아진 모습으로 뵐게요’라며 인사하세요.”

아이를 치료할 때 보호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가 가정 기반 재활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 및 치료실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원에 많이 간다고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듯이, 치료사에만 의존한다면 기대만큼 좋은 효과를 보기 어려워요. 오히려 보호자가 함께하는 시간에 어떤 자극을 주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가 발달에 영향을 주죠. 아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가정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지 교육하고 상담하는 데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마음의 중력을 따라서

고 교수가 잠시 울산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척수수막류 환아 가족이 울산까지 찾아왔다. 펠로우 때부터 진료한 인연을 이어간 것이다. “저를 믿어주는 환아 가족 덕분에 ‘내가 도움 될 수 있는 분들이 있구나. 더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벌써 10년째 만나고 있는데 많은 아픔에도 씩씩하고 밝게 자라서 정말 고맙고 예뻐요. 제 치료 분야의 특성은 다양한 질환으로 장애가 생긴 아이들을 오랫동안 만난다는 점인데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이 제 일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도움 주는 걸 좋아하는 고 교수의 성격은 팀을 이뤄 치료하는 재활의학과와 잘 맞았다. 재활의학과에서는 한 환자에 대해 의사, 치료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가 각기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이를 종합해 치료 방향을 설정해 나가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면 제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 알게 돼요. 높은 수준의 전문가분들이 서울아산병원의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새로운 치료법을 입증하고 보급하는 일도 꾸준히 진행하고요. 부정과 슬픔의 단계를 거쳐 묵묵히 자녀에게 헌신하는 부모님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다 보면 겸손하게 되고 제 일에도 진중해져요. 항상 아이들과 그 가정의 편에 서 있는 재활의학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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