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암 치료의 미래를 열 면역항암제 2016.06.2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인류의 달 착륙 계획에 버금가는 도전과제로 초국적 차원의 암 정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세계 다양한 조직과 기업을 아우르는 연합체를 만들어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한 없이 교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다양한 신약을 복합 처방해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학자들이 많다. 


앞으로 펼쳐질 암과의 전쟁 최전선에는 면역항암제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사람의 몸 속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개념인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4개월만에 흑색종을 깨끗하게 치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PD-1 억제제다. 

 

우리 몸은 면역 반응에 따라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한다.

 

인체에는 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에 맞서 PD-1이라는 물질을 생성해 T세포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할 수 없게 방해한다.

 

최근 개발된 면역항암 치료제는 PD-1이 T세포를 방해하는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하나는 CTLA-4 저해제다.

 

우리 몸에는 항원제시세포라는 것이 있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이한 단백질을 인식해 이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킨다.

 

암세포는 CTLA-4 수용체를 생성해 항원제시세포가 T세포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교란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T세포는 아예 출동조차 하지 않는다. CTLA-4 저해제는 이 같은 교란 과정을 막아 T세포를 활성화하는 원리다. 

 


오늘날 면역항암제가 가장 진보된 암 치료 패러다임으로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 항암제가 지녔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전에만 해도 암 선고는 곧 시한부 선고로 여겨졌다.

 

당시 쓰던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직접 공격해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과 부작용을 안겨줬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가 거듭돼 왔다.

 

2000년 6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환자마다 상이한 유전학적 정보에 따라 다른 약물 용법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환자 맞춤 치료의 시도가 물꼬를 텄고,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부작용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흑색종 환자에서 50% 이상 발견되는 BRAF 등 주요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사용하며 치료 효능을 높이고 유전체 진단법 및 진단 키트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해왔지만,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문제와 특정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는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한계를 맞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 중에 있다.

 

다국적기업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표적 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이고, 2016년 바이오 국제 컨퍼런스는 이를 위한 연구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이슈는 최근 많은 학회에서 그 결과가 발표되고 있고 바이오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더 많은 논의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의 부작용 문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의 내성 발생, 적용범위 제한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PD-1 저해제인 ‘옵디보’ ‘여보이’ ‘키트루다’ 등 주요 면역항암제들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한 임상 결과가 새롭게 발표됐다. 


▲옵디보를 투여한 전이성 방광암 환자의 반응률(사전에 정의된 양 이상의 종양감소 환자 비율)이 45.6%에 달했고 ▲여보이를 투여하고 6개월 무진행 생존한 대장암 환자는 66.6%로 나타났다.

 

또 우수한 효능을 인정받던 전이성 흑색종 외에 전이성 세포 상피종 등에도 치료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키트루다는 유전자 부정합교정종양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반응률 57%, 담도•자궁내막•위암•췌장암•전립선암 환자에게서 반응률 53%를 얻어 기대를 모았다.   


면역항암제는 이처럼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 효능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타겟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의 병용을 통한 치료는 전이암에 대한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중특이성항체, 저분자 화합물, 면역성 증강 보조물질, 혹은 암 살상 바이러스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 연구의 흐름은 면역항암제로 넘어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면역체계 활성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기존 항암제에 비해 약값이 고가라는 점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이를 해결하면서 진단법 및 바이오마커 개발이 함께 진행된다면 가까운 미래의 암 치료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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