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한 나노의학 시스템 2017.04.24

 

세포 크기로 축소시킨 잠수정 속의 의사들이 환자 몸 속에 들어가 혈류를 따라 항해한다. 환자의 뇌 속으로 들어가 막힌 혈관을 뚫는다. 1966년 영화화된 공상과학 소설 「환상의 항해(A Fantastic Voyage)」의 줄거리이다.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는 환자의 몸 속에 실제 의사를 축소시켜 넣어 치료를 기대하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우 도발적인 스토리를 제안하였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86년 미국의 과학자 에릭 드렉슬러는 「창조의 엔진(Engines of Creation)」이라는 책을 통해 이 영화의 상상력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바로 나노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체의 질병이 대개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에 주목하며 나노기술의 활용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로 의학을 꼽았다. 


그 후로 다시 20여 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나노의학의 가능성이 더욱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암, 감염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다방면으로 실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약물을 환자의 체내 질환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의 개발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학약물요법의 경우 항암제가 종양 조직의 세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은 물론,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정상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나노의학 기술로 해결하는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수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입자를 제작하여 약물을 담지하고, 이 나노입자들을 치료하고자 하는 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약물 전달 시스템에서 나노입자의 역할은 택배 상자에 비유될 수 있다. 그 안에 담긴 약물이 질환 부위에 정확하게 배송되기 전까지 안전하게 약물을 보호하여 배송 중 손실되지 않도록 하고, 전달된 후에 쉽게 약물을 방출한다면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다른 장기나 건강 세포에 대한 독성과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택배 상자는 대개 비슷한 모양의 육면체 구조이지만, 체내의 복잡한 생리학적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서 나노입자의 구조와 화학적 조성이 매우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사용하고자 하는 약물의 종류와 질환의 종류에 따라, 환자의 생리학적 특성에 따라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나노의학 시스템으로 개발될 수 있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종양 조직의 크기와 주변 혈관 형성 모양에 따라 다른 크기의 나노입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의 연구팀은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적혈구의 세포막으로 나노입자를 포장하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약물 전달 효율을 더욱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미국 MIT의 연구팀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캡슐을 제작하여 암세포에 정확히 전달되었을 때만 약물을 방출하는 스마트 나노의학 시스템을 개발하고,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궤멸시킬 수 있도록 외부 전압으로 제어하는 플랫폼을 고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연구팀은 인체의 특정 환경에 반응하는 복합 화학물질로 코팅된 소포체를 이용하여 나노알약을 제작해 이를 삼키면 미리 지정한 시간이나 위치(장기)에서만 항암 성분의 약물을 분비하도록 설계하였다. 


이처럼 나노입자가 단순히 택배 상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 후에 스스로 포장을 뜯고 상품을 보여주는 인공지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현재 나노의학의 큰 이슈 중에 하나이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아직 기초 연구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세계적인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고 있으므로 임상에 직접 접목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

 

이제까지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는 탓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이 극도로 허약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지만, 나노의학이 제안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을 통해 부작용이 극심한 항암치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노기술은 나노물질의 물성에 대한 연구와 측정 기술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초기 단계의 연구를 지나, 점차적으로 암, 치매, 심혈관질환, 관절염 등 난치성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임상시험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이미 몇 가지 나노의약품은 FDA 승인 후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나노의학이 가지는 높은 활용성과 파급효과만큼 안정성 평가와 생산성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시험과 이슈가 지적되고 있는데 기술 개발과 동시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나노의약품의 성공적인 임상 활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융합학문의 시대를 맞이한 나노의학자들의 미션이다.

 

나노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작 아시모프와 에릭 드렉슬러가 꿈꾼 나노로봇의 개발일 것이다. 의학용 나노로봇이 우리 몸 속의 혈류를 따라 ‘환상의 항해’를 하며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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