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손이 저리고 손가락이 딸깍 거린다면 2017.04.24

 

아침잠을 깨우는 칼질 소리를 만드는 아내의 고운 손, 핸들을 단단히 잡고 있는 시내버스 아저씨의 두툼한 손, 컴퓨터 앞에서 쉴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동료의 부지런한 손, 퇴근 후 아빠한테 안겨서 매달리는 아이의 작고 귀여운 손까지… 한시도 쉼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손이 있어 오늘도 우리의 생활이 유지된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손에 주어지는 역할 또한 크게 달라졌다. 선사시대의 손이 큰 물건을 잡고 힘을 가하거나 어깨와 팔꿈치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특정 위치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면, 문명시대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글씨 쓰기, 바느질 등과 같은 섬세한 동작을 하게 되었다. 해부학적으로도 현재 인류의 손가락 구조와 기능이 유인원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함을 확인할 수 있다.


손이 수행하는 역할의 변화는 현대사회에 들어 더 빠르게 진행된다. 컴퓨터,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기 전만 해도 엄지 손가락으로 버튼이나 자판을 누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문서작성이나 휴대폰 메시지 전송을 위해서 엄지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손이 수행해야 할 역할들이 많아지고 미세한 동작을 하게 되면서 손의 과사용 및 반복 사용으로 인해 우리 손에 여러 가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손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인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 수지를 살펴본다.

 

 

손목 터널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은 정중신경이 손목 관절의 전방에 위치하는 손목 터널(수근관)을 통과하는 도중에 눌려서 정중신경 지배영역인 엄지,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의 감각 변화 및 저린감,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무지구근의 약화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30~60세 사이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고,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5~6배 더 많이 발생한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손목을 많이 쓰는 근로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비만,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이나 폐경과 관련한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은 의료진이 병력 청취 및 이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신경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여 신경의 눌린 정도를 파악한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급성으로 발생한 경우 또는 젊은 나이의 환자는 손목 사용을 줄이거나 소염 진통제 등 약물 요법,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할 수 있다.

 

신경 근전도 검사에서 신경이 심하게 눌린 경우,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만성화되어 무지구근이 위축되고 근력이 약해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수술은 국소 마취 하에 진행되고 손목 가운데를 세로로 절개한 후 손목 터널을 덮고 있는 손목 수평 인대를 절개하여 압박된 정중 신경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키보드나 마우스 사용, 운전, 골프 연습 등과 같이 손목을 구부리거나 펴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을 피하고 손빨래, 걸래 짜기 등을 자제하며 작업 중 손목 통증, 손 저린감 등이 느껴질 경우 휴식, 온찜질 등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방아쇠 수지   


손가락은 팔뚝 부위에서 시작하여 손가락 끝에 붙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굴곡근)과 손가락을 펴는 근육(신전근)의 수축에 의해 움직인다. 이러한 근육 및 근육에 연결된 힘줄(건)의 효과적인 작동을 위해 힘줄은 여러 개의 터널(활차)을 통과하여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활차들 중 손등 뼈(중수골) 경부의 전방에 위치한 A1 활차가 두꺼워지거나 같은 위치에서 손가락 굴곡건이 부분적으로 두꺼워져 있는 경우 손가락 움직임 시에 통증이 생기고 힘줄이 활차에 끼어 손가락을 펼 때 걸리게 된다. 이 경우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이 질환은 ‘방아쇠 수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증상으로는 염증 부위와 손가락의 통증이 발생하거나 주먹을 쥐고 펼 때 손가락이 걸리게 된다. 심한 경우 손가락이 굽혀진 상태로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하루 중 아침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게 되고 오후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45세 이상의 성인에서 자주 발생하고 여성에게서 2~6배 더 많이 발생한다. 칼질, 가위질, 골프 등 오랜 시간 동안 손가락을 구부리는 동작들을 반복하여 힘줄에 무리가 되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진단은 추가적인 검사 없이 의료진의 병력 청취 및 이학적 검사만으로 가능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급성으로 발생한 경우, 손 사용을 줄이거나 소염 진통제 등 약물 요법,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제로서 효과가 우수하지만 재발의 가능성이 있고 주사를 맞은 부위의 피부색이 드물게 변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된다. 2회 이상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뒤에도 재발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국소 마취 하에 진행되고 중수골 경부 부위 A1 활차의 표면에 절개를 가한 후 굴곡건 위를 덮고 있는 A1 활차를 절개하여 힘줄과의 마찰을 없애줌으로써 염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손가락의 반복적인 움직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손가락 끝으로 물건을 드는 동작 등을 피해야 한다. 중수골 경부 전방에 위치한 A1 활차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해당 손가락의 반복적인 굴곡 및 주먹 쥐는 동작을 피하고 통증 부위를 눌러서 자극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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