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스마트 에이징 시대 앞당길 대사체 연구 2017.04.24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종합건강검진 보고서를 받아보게 될지 모른다. 그 보고서에는 체내 모든 생체 분자들의 정량 결과와 함께 인공지능이 분석한 진단결과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각종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스마트 에이징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 속의 모든 생체분자들을 정량하고, 각각의 역할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생체분자의 정량과 질병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을 오믹스학이라 부르는데, 생체분자의 종류에 따라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으로 나뉜다. ▲유전체는 생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단백질체는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대사체는 실제로 생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중 대사체학은 현대사회에서 유발되는 많은 질환들이 대사성 질환으로 정의됨에 따라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의약품이나 식품에 포함되는 저분자 물질의 상당수가 직접 체내에 흡수되어 생체대사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연구 필요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대사체는 사람의 임상적 표현형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유전체와 단백질체가 일으키는 여러 생화학적 변화의 최종산물이므로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사체는 특정 질병에 대한 생체 표지자로서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아직까지 간이식 급성 거부 반응이나 췌장암 등과 같은 많은 질병에 있어 증상이 악화되어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이미 해당 질환이 상당 부분이 진행되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기 이전인 전임상 단계에서 조기에 질병을 진단하고자 특이적으로 변하는 분자적 수준의 표현형인 대사체들을 생체 표지자, 즉 바이오마커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정상군과 특정 질환군 간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대사체들로부터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대사체들이 관여하는 특정 대사과정들을 억제, 또는 활성화하는 물질들의 연구는 새로운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대사체학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의 메타볼론사에서는 혈액내 리소인지질, 올레산 등 다수 대사체를 정량해서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전 단계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상업화하였다. 이는 공복혈당보다 당뇨병 조기 진단에 유용한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경우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혈액 내 사코신, 글루타민 등의 아미노산 바이오마커를 정량해 조직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상업화되었다. 스페인의 아울사는 특정 인지질, 스핑고지질 등 다수 지질 대사체군의 분석을 통하여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의 혈액에서 지방간염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비타민 등 다양한 대사체들은 물리화학적 성질이 서로 다르고, 생체 내에서 다양한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히 정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대사체도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생체 시료 내 대사체 분석 후 미지 대사체의 동정(identification) 가능성도 30% 미만인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가까운 미래에 데이터베이스와 기술의 발전으로 극복되리라 생각된다. 


현재 세계 시장은 메타볼론사, 바이오크레이트 생명과학회사, 아울사, 메타보노믹스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대사체학 선도 기업이나 연구그룹들은 그동안 축적해온 대사체학 연구 결과 및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임상 또는 바이오매스 등의 분야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분석플랫폼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밝혀진 생체 표지자들이 임상에서 진단 및 예후 관찰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생체시료 채취 및 측정 방법의 표준화 그리고 대사체 생체 표지자들을 정확하게 정량할 수 있는 측정 플랫폼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여러 글로벌 제작사들은 대사체학의 표준화된 방법을 적용하여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진단 기기 시스템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대사체학은 그간의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상업적으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미국의 바이오 분야 유명 매체인 「제네틱 엔지니어링 & 바이오테크놀로지 뉴스」는 2018년경 대사체학 관련 산업의 규모가 13.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국내 대사체학 연구는 2012년에서야 한국대사체학회가 만들어지는 등 미국이나 유럽 등 대사체학 분야 선진국들에 비하면 투자나 인프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도 200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사체학 및 기초, 임상이 융합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대사체학은 질병의 조기 진단 및 기전 규명, 새로운 치료 타겟 발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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