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사랑은...... 2014.06.18

가수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머라이어 캐리는 ‘My all’을 애절하게 부른다. “I’d give my all to have just one more night with you. I’d risk my life to feel your body next to mine.” (난 사랑에 대해 이보다 애절한 가사와 목소리를 알지 못한다.) ‘주홍글자’의 헤스터는 한 번의 사랑으로 평생의 모욕을 견디며 산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에 좌절해 기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보봐리부인’의 엠마는 시골의사의 정숙한 부인 역을 걷어차고 젊은 연인의 품에 안긴 채 파국을 향해 내달린다.

왜 이들은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사랑이라는 폭풍우 속에 자신의 삶을 내거는가? 왜 사랑은 인간을 때로 비이성적이고 어리석게 만드는가?

사랑에 빠지면 나의 모든 것이 오직 그 한 사람을 향해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이 세상 모든 것이 특별해진다. 함께 걸었던 길, 같이 들었던 음악, 함께 한 음식, 같이 마셨던 찻잔… 모든 순간, 모든 기억이 특별하고 고유하다. 극도의 행복감에 도취되어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에너지는 충만해진다. 주의는 최고조로 집중되고, 표정에는 열정이 가득 묻어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해가 뜰 때까지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짧은 만남을 위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랑을 위해 직업과 인생관을 바꾸기도 하고 삶의 모든 것을 걸기도 한다. 마치 연인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사는 것 같다. 도대체 사랑의 이런 모습은 뇌의 어느 곳, 어느 물질의 놀음일까?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흥분하는 뇌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었다. 이곳은 뇌의 보상회로의 중심부이자, 도파민을 생성하는 주요 광맥이다. 보상회로는 맛있는 음식, 섹스, 마약과 같이 쾌감을 주는 것이면 무엇에든 활기를 띤다. 도파민은 욕망과 보상, 쾌감에 중요한 호르몬이다.

뇌의 모식도로,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을 나타내고 있는 이미지


사랑이 마약과도 같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거나 떠올리는 것은, 코카인을 흡입한 것과 동일한 반응을 뇌에서 일으킨다. 뇌는 사랑과 마약을 동일한 자극으로 취급하는 셈이다. 사랑에 빠졌다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에 중독됐음을 뜻한다. 사랑은 희열에서 절망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집합체라기보다는, 뇌의 보상회로에서 나오는 목표지향적인 행동에 가깝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고, 그 욕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짝을 찾아나서고, 매력적인 이성을 보면 행동을 취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중독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영원할 것 같지만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도 식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생의 황혼기까지 수 십 년을 함께 했으면서도 갓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사랑하는 커플을 보면 미스테리이다. 그들의 뇌는 어떠할까? 놀랍게도(아니 놀랍지 않게도) 그들의 보상회로의 활동은 갓 사랑에 빠진 연인들과 같은 수준이었다.

로맨스를 생생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뇌의 보상회로를 계속 자극하는 것이다.
사랑이 끝나는 것은 결국 쾌감이 없어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이다. 뇌의 보상회로는 새로움을 좋아한다. 마약 중독자들이 더 많은 양의 마약을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조로운 일상을 깨고 새로움을 찾는 것은 뇌를 살아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젊은 커플이라도 늘 하던 대로 저녁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보는 판에 박힌 일상을 반복하면 열정이 없어진다. 나이와 상관없이 재미와 흥분이 가득한 데이트를 즐겨보자.


같이 있으면 좋고, 그러니까 또 같이 있고 싶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고, 그래서 만나서 함께 하면 또 좋고, 또 같이 있고 싶고… 이러한 달콤함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단순함’이 영원한 사랑의 비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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