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마취, 걱정 마세요 2016.01.11

 

“구약성서에 보면 태초에 하느님이 아담이란 남자를 만들고 그 배필로 여자를 만들기 위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고 나서 늑골 하나를 취하여 살로 대신 채웠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늑골을 절제하는 외과적 행위에 앞서 통증을 제거할 목적으로 깊이 잠들게 한 것으로 마취통증의학의 시초가 되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무통분만으로 레오폴드 왕자를 분만하면서 산통은 하느님의 선물이라던 당시의 관습을 깨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의학에서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마취통증의학은 반드시 필요하며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다양하고 위험도가 높은 수술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통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부위 마취 방법이 더욱 발전되고 있어 인류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마취에 따른 몸의 변화

 

배우 김명민이 주연한 <리턴>은 수술을 받던 중 마취에서 깨어나 수술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다. 어릴 적 심장 수술을 받다가 각성을 겪고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는 환자의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수술의 통증을 생생히 느끼지만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 충격과 고통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전신 마취의 기본 요소는 ① 감각의 차단 ② 의식 소실 ③ 근육이완 ④ 반사 작용의 소실 네 가지인데, ‘수술 중 각성’은 감각 차단과 의식 소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성 현상은 환자 상태나 수술에 따라 충분한 용량의 마취약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발생할 수 있지만 숙련된 마취과 의사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에는 좋은 마취약제의 개발과 환자 상태를 감시하는 각종 장비의 발달로 더욱 안전한 마취가 가능하게 되었다.

 

수술 환자에게 마취약제를 투여하면 기억과 의식이 소실되어 깊은 잠에 빠진 듯한 상태가 된다. 모든 근육이 이완되어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므로,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호흡을 보조해주어야 한다.

 

유해한 자극으로부터 생리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반사작용도 소실된다. 이를테면 춥거나 더운 환경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없고, 수술 자극에 의한 혈압의 급격한 상승 등 해로운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환자의 중요 활력 징후인 혈압과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등을 항시 감시하고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은 심한 통증과 메스꺼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일부 환자에서는 호흡곤란이나 부정맥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이나 폐질환 등을 동반한 환자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전신마취로 기능적인 여력이 더욱 떨어지므로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마취과 의사에 의해 세심하게 평가돼야 한다.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마취에 대한 흔한 오해는 ‘전신 마취 후 머리가 나빠지거나 기억력이 둔해지는가’ 하는 것이다. 전신마취를 하면 마취약제가 혈액을 통해 뇌로 운반되고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다. 이는 뇌의 대사와 전기적 활동이 둔화되어 무의식, 무감각 상태로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혈중 마취제 농도가 감소하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따라서 전신마취 자체로 인해 뇌신경 손상이나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으로 의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다. 다만 고령 환자에서는 섬망과 같은 일시적인 의식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회복이 더딜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척추 마취는 굵은 바늘을 쓰기 때문에 많이 아프고 어떤 경우는 요통이 심해진다는데 사실인가’ 하는 질문도 있다. 0.5~1.0 ㎜ 정도의 가는 바늘을 사용하므로 따끔한 느낌은 있지만 시술 자체가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는 척추 마취 후에 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개는 증상이 가볍고 수일 이내에 해결된다. 일부 환자에서 수술 후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술받는 자세 때문으로 생각되며 전신 마취와 척추 마취 후 요통의 발생 빈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마취 전 금식을 왜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다. 전신마취의 과정에서 근이완과 기관내 삽관이 필요하다. 만약 금식을 하지 않았다면 마취 중에 위장 내에 남아 있던 음식물 및 위산이 기도로 역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질식이나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경우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수술 전 최소 8시간 동안 금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1970년대에 마취제로 쓰던 에테르는 심각한 부작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이를 개선한 마취제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었고 현대의 전신마취는 안전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럼에도 전신 마취제는 환자마다 심장과 호흡 기능을 억제하는 반응 정도가 달라 위험할 수 있고 특히 유전질환, 뇌손상, 뇌혈관질환, 패혈증, 주요 장기의 기능저하 등이 동반된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마취 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반드시 숙련된 마취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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