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저기압·저산소 비행기 안 숙취 심해 2015.02.13

 

최근 비행기내 음주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의 음주는 다른 탑승객들이나 승무원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데, 그들이 기내에서 먹었다고 알려진 음주량만을 가지고는 취한 상태라고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상공에서의 비행기 운행 중 술을 마시면 지상에서의 음주 때보다 더 빨리 취할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과학적으로 이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비행기 안이 저기압, 저산소 상태이고 이런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숙취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안전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은 모든 비행기는 이륙 후 최대한 8,000피트(2,400m) 상공의 기압 정도로 기압을 낮추도록 규정을 정해 놓았다.

 

이는 기압을 낮추지 않으면 외부와의 압력 차로 인해 기체가 파열될 우려가 있어 비행기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고, 연료도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기압, 저산소 상태는 일반적으로 큰 비행기를 탈수록 심하다. 비행기 안의 기압이 떨어지는 만큼 산소도 떨어지게 되는데 2,400m에서의 기압과 산소농도는 대략 해수면의 75% 정도에 해당된다. 따라서 호흡기 환자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비행기 내와 같이 저기압, 저산소 상태의 대표적인 예가 고산증이다.

고산증의 정의는 ‘2,500m 이상에서 고산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정확히 2,500m가 되어야 고산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이보다 낮은 높이에서도 많은 사람들에서 고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오래 타면 식욕이 없어지거나, 잠을 깊이 못 잔다거나, 부종이 생긴다던가 하는 것이 저기압, 저산소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 고산증상에는 두통, 오심, 구역, 구토, 어지럼증, 피로, 쇠약, 불면증, 의식장애, 갈지자 걸음, 인간성 변화, 판단력 감소(비이성적 행동), 복시(물체가 둘로 보이는 것), 기억력 소실(Black-out)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숙취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듯 증상이 일치하는 이유는 고산증이나 숙취가 공통적으로 ‘뇌량(corpus callosum)’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뇌량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를 연결하는 대형 다리(교량)이며, 이성과 감성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뇌의 중요한 부위다. 따라서 비행기를 타고 고산증이 본인도 모르게 있는 상태에서 술을 마신다면, 술 취한 증상이 빨리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미국육군성에서 발간한 「고산에서의 행동교본」에 따르면 고산에서 술을 마시면 고산증을 악화시키고, 고산증에 의한 판단장애와 시력장애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호흡을 감소시키고 고산에서의 호흡감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고산에서는 술을 마시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대부분 비행기 안에서 주류를 원하는 사람들은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음주가 숙면을 방해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평소보다 적은 양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비행기에서 본인의 안전과 주위 사람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하여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으며 제도적으로 음주측정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기내 음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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