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조직재생을 위한 생체재료 2017.08.18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은 원내 공원을 사이에 두고 서울아산병원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바라보면 많은 병실로 채워져 있는 병동과 부지런히 움직이는 의료진을 볼 수 있다. 조직재생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건물들은 인체의 조직과 많이 닮아 있다. 수많은 방으로 구성된 병원 건물은 구조의 유지, 지진 등의 외력에 대한 기계적 강도, 내부의 전선, 급수 및 배수, 전원 공급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셀(cell)은 본래 병실과 같은 방의 형태, 생명이 거주하는 방 공간을 뜻하는 단어였다. 동물이나 식물의 세포에 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문진이 이뤄지는 외래 진료실과 수술을 집도하는 수술실이 다른 비품이나 기능을 필요로 하듯, 각각의 셀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 외 환경도 필요로 하는 기능이 각기 다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포 외 환경을 구성하며 생체시스템과 상호작용을 하는 생체재료다. 


생체재료는 환자의 치료 및 보조에 사용되는 임플란트나 소재 등 인체기능을 대체·보조하는 기능을 가진 소재를 통칭한다. 여러 생체재료 중에서도 연구가치가 높은 소재는 조직과 장기를 재생하는 재생의학 측면에서 응용되는 조직재생용 생체재료이다.

 

조직재생용 생체재료는 ▲인체·동물 조직에서 분리되는 생체유래 소재(콜라겐, 젤라틴, 라미닌, 엘라스틴, 피브린, 피브로넥틴, 히알루론산 등) ▲식물·해조류 등에서 분리되는 생체유래 소재(알지네이트 등) ▲게나 가재 등 갑각류에서 분리되는 생체유래 소재(키틴, 키토산 등) ▲체내에서 무해하게 분해되는 합성소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생체재료는 미용소재로 유명한 콜라겐이다. 하지만 콜라겐이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고, 그 종류가 28종에 이르며, 그 중 일부는 몇 가지 하위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콜라겐은 조직에 따라 구성비율과 종류가 다르다.

 

콜라겐 1형은 피부, 근육, 인대의 주요 단백질 성분이고, 콜라겐 2형은 연골 단백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콜라겐은 저온에서 각각의 분자가 분리된 상태로 있다가 체온인 섭씨 37도 가까이 되면 3개의 분자가 동아줄 가닥처럼 꼬이면서 가교반응으로 콜라겐 젤을 형성하는데, 조직재생을 위한 지지체, 바이오프린팅, 세포의 부착을 위한 표면 코팅, 화상치료에 사용되는 등 넓은 응용범위를 가지고 있다. 


세포의 주위 환경을 구성하는 물질은 종류가 다양한 조성비를 가지면서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환경에 따라 기능이 변화하기도 하는데, 이를 조절하여 조직과 장기를 재생하는 연구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된다. 세포 주변을 구성하는 생체재료의 조성, 강도, 분비되는 성장인자 등이 줄기세포가 분화될 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목표조직에 따라 조직재생을 위한 재료의 특성을 설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줄기세포를 낮은 강도의 표면에 배양하였을 때 지방세포로 분화하고, 높은 강도의 표면에서 연골세포로 분화되어 기계적 환경이 줄기세포의 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2005년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에 보고되어 이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조직재생에 사용되는 생체재료는 세포의 증식에 따른 공간제공을 위해 생분해 되는 것이 초기의 주된 기능이었지만, 최근에는 조직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에 의해 분해되면서 성장인자나 유전자를 방출하는 기능을 부여하여 세포의 분화와 증식, 혈관형성을 촉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질환을 가진 장기를 재생하여 대체하는 것이 재생의학의 기본 목적이지만,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도 재생의학과 생체재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환자에서 떼어낸 암 조직을 동물의 체내에 이식하여 환자의 암 조직과 유사하게 생성되도록 유도한 후, 환자 맞춤형 암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분야가 높은 예측 효과 때문에 최근 들어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되어 암 조직 생성에 효과적인 생체소재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세포가 부착되지 않는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생체재료도 있다. 세포를 과밀배양한 후 온도를 낮추면 세포가 분리되는 재료로 코팅된 배양접시를 사용하여 순수하게 세포만으로 이루어진 세포시트를 생산할 수 있다. 세포시트는 피부, 각막, 궤양, 심장근육 등 다양한 조직의 재생에 적용하거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병원에서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효소에 분해되는 소재를 기반으로 각막재생을 위한 세포시트를 개발하는 연구를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재생의학 연구자들이 바라는 목표는 각각의 세포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적화된 역할을 하면서 조직과 장기의 기능성을 위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세포와 이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생체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포들을 제 위치에서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여 조직과 장기가 활력을 가지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온전히 알아내는 것이 아직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환경과 신호전달을 이해하면 좀 더 많은 환자들에 도움이 되는 조직과 장기를 온전히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연구의 현재를 돌아보면, 자신을 거대한 진리의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라고 한 뉴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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