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상처가 있어도 침묵하는 당뇨발 2019.10.29

아프면 표가 나는 병은 차라리 고맙습니다. 경고 신호를 보내 적절한 조치를 하거나 병원에 가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병일수록 무서운 병이 많은데 당뇨병도 그 중에 하나이고 당뇨 합병증으로 발끝이 무뎌지면, 결과는 더욱 무섭습니다. 길을 가다 가 발에 작은 모래 한 알이라도 들어가면, 바삐 가던 사람도 얼른 멈춰 섭니다. 온 신경이 내 발을 신발에 들어온 작은 모래 한 알에 쏠려, 체면도 잊고 길 한가운데서 신을 벗어 탈탈 털거나 모래가 안 들어간 다른 발에 무게를 실어 약간 절뚝거리며 걷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지만 당뇨병 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뇨병이 오래 진행된 환자는 혈관관련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병증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신경병증은 통증이나 온도를 느끼는 감각신경, 근육을 조절하는 운동신경,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합니다. 감각신경이 저하되면 뾰족한 걸 밟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발의 작은 근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발의 모양이 변합니다. 올바른 모양의 발은 체중을 골고루 받는 반면, 모양이 변한 발은 어느 한 부위에 무리하게 체중이 실리게 되며 같은 부위에 지속적으로 무게가 쏠려 굳은살이 생기면 출혈과 함께 피부조직이 파괴되어 궤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발의 땀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져 세균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도에 따른 피부혈관의 반응에도 문제가 생겨 피부 염증이나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당뇨병 또는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발이 상하는 것을 당뇨족 혹은 당뇨발이라 부릅니다. 당뇨발은 당뇨 합병증 중 비교적 흔한 증상이면서도 가장 파괴력이 큰 증상으로 꼽힙니다.


당뇨발 환자 중 1년 안에 절단 수술을 받는 확률이 약 40%에 달합니다. 당뇨발로 전절단(발목 위)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도 40~50%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결과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한 작은 모래일 수도 있고 일상에서 생긴 작은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라면 발을 주의 깊이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감각이 무디기 때문에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으므로 적어도 하루에 한 번, 가급적이면 잠들기 전에 발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합니다. 만약 상처가 보인다면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그냥 두지 말고 전문가에게 보여주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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