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코로나19 대유행과 기침 2021.06.02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피곤해짐을 느껴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께 얘기를 하려다 망설였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닐까?’라는 걱정과 동시에 ‘코로나 아니야?’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출근길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2호선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기침을 콜록 콜록 시작했고 ‘코로나 아니야?’라는 불편한 마음이 생겨 자리를 옮겼다. 출근길에 겪은 일이 아이의 이야기와 교차되면서 내 마음 한 켠에도 편견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고, 기침과 천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의료인으로서 스스로 심히 부끄러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떨기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다행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지역사회 내 코로나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짧은 시일 내에 완전하게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어떻게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시점이 아닐까 한다.

 

기침은 원래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기 위한 반사 기전이지만 코로나19 급성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기침은 초기 감염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 한 번의 기침은 약 3,000개의 비말(droplets)을 발생시켜 주위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사실들이 우리가 코로나19 시대에 특히 기침 소리에 민감해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기침의 원인 질환은 다양하다. 특히 만성기침, 천식 등은 수개월 또는 수년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만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다. 이러한 기침은 감염증과 대부분 무관하며 찬 공기, 향수, 말하기, 음식 섭취 등 일상적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 사람 많은 곳에 있거나 긴장할 때에도 유발되는데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사람에게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기침, 가난, 사랑’이라는 영화 ‘시월애’의 배우 전지현 씨 대사처럼 말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지금 평소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어떤 환자는 기침이 나올까 지하철 타기가 무섭고 병원에 오기도 어렵다고 하며, 어떤 환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기침이 나서 도중에 내리기도 하고, 기침이 나올까봐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지만 감염자 수가 많은 나라에서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들이 겪는 장기 후유증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롱 코비드(long COVID) 또는 포스트-코비드 증후군(post-COVID syndrome)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 호흡곤란, 후각 및 미각 저하, 통증, 기억력 저하,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과 징후가 특징이며 기침도 흔한 증상이다. 입원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약 10~20%에서 수개월 기침이 지속된다. 정작 코로나19에서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침으로 인해 직장과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기침이 코로나19의 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방역 관점에서 문제는 코로나19 기침과 아닌 기침을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후각이나 미각이 갑자기 변한 경우 코로나19 가능성이 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침이 후각·미각 변화, 발열 등과 동반된다면 코로나 검사를 빠르게 받는 것이 치료와 감염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일상 복귀를 모색하는 지금 코로나19 확산을 철저히 막는 것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동시에 환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따뜻한 시선을 가지면 좋겠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서로 간의 기침 예절을 지키고 올바른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녹여가면서 말이다. 아직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겠지만 마음의 전환과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줄이기 위한 기침 예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침 예절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결핵, 독감 등의 전파를 줄이기 위해 이미 제안되었지만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기침 예절이 감염병 예방과 함께 타인을 배려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줄이기 위한 기침 예절
· 기침할 땐 옷소매나 휴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다.
· 기침 후에는 비누를 사용하여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
· 손으로 기침, 재채기를 가리는 행동은 잘못된 방법이다.
손에 묻은 병균이 손잡이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져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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