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위식도역류질환의 오해와 진실 2018.06.18

 

위식도역류질환은 그 질환명처럼 위에 있는 물질들이 식도로 역류되어 식도 점막을 자극해 통증이나 불쾌감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위식도역류 질환은 2015년 약 401만 명으로 2011년에 비해 약 78만 명(24.1%)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식도질환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라 당뇨나 혈압처럼 만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만성소화기질환 중 가장 의료비가 많이 지출되는 병이고 직·간접비용을 합치면 연간 100억 달러까지 추산하고 있다.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소개되고 유병률도 높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인터뷰해 보면 의외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 이번 기회에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의사들과 달리 환자들은 섭생, 즉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위식도역류질환은 실제로 음식과 관련이 많아 더더욱 관심을 갖는다. 흔히 알려진 신과일, 커피, 밀가루 등의 음식은 역류를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과나 귤이 좋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과일들을 먹어도 아무런 역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바나나는 일반적으로 역류를 잘 일으키지 않지만 어떤 환자는 바나나만 먹으면 역류 증상이 나타난다. 외래에서 어떤 환자가 하소연 하기를 이것도 먹지 말고 저것도 먹지 말라 하니 도대체 인생의 즐거움이 없다고 우울해 하였다.

 

우울함 또한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그 환자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였다. 커피 또한 역류를 일으키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몇 잔을 마시냐에 따라 개개인의 증상 발현 유무가 다른데 방송을 보고 무조건 안 마시니 이 또한 즐거운 기호식품 하나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환자들이 제발 자기 몸을 스스로 잘 돌보았으면 좋겠다. 방송에 나오는 유명 의사나 인터넷 같은 남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나라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위 내시경을 시행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역류성식도염이나 장상피화생, 위축성위염 등과 같은 내시경 용어에 적잖이 익숙해져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도 내시경을 받게 되는데 종종 내시경에서 역류성식도염이라고 진단을 받게 된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와 식도의 접합부에 있는 경계(내시경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가 있다)가 모호해지면서 미란 같은 염증이 있는 상태를 일컫는 내시경 진단 용어이다. 하지만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중 많게는 60%에서 역류성식도염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즉 위식도역류질환 역류성식도염인 셈이다.

 

역류성식도염이 없는 위식도역류질환, 이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이라 하며 기본적 치료는 역류성식도염과 동일하다. 이와 관련된 설명을 환자에게 명확히 해주지 않으면 종종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치료에 혼란이 오거나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의 중심은 흔히 PPI(proton pump inhibitor)라고 알려진 양성자펌프억제제이다. 효과가 상당히 좋아서 제대로 진단된 대부분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은 상당히 만족한다. PPI 사용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장기 부작용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골다공증, 폐렴, 빈혈, 다른 약제와의 상호작용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작용을 보고한 연구들은 역학 연구들이다. 즉 PPI와 부작용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연구들의 강도는 1.1~1.8 정도로 그리 강력하지도 않다. 또한 모든 연구가 일괄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단기 부작용으로는 두통, 설사, 복통 등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무리 없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투약을 함에 있어 득실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적인 PPI 사용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암’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싶다. 역류성식도염이 오래되면 식도암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과장되어 있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식도암의 발생 기전은 이러하다. 역류성식도염이 오래되면 바렛식도라는 것이 발생하고 여기서 이형성증을 거쳐 식도선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95% 이상의 식도암은 ‘선암’이 아닌 ‘편평세포암’으로 위식도역류질환과는 관계가 없다. 식도선암이 많은 서양에서조차 최근 연구에서 바렛식도암의 발생률을 초창기 연구들에 비해 1/4 ~ 1/5 수준으로 낮게 보고하고 있다(NEJM 2011;365:1375). 최근 검색 결과에 비추어보면 아직도 많은 인터넷 매체에서 식도선암에 대해 불필요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목표는 암 예방에 있는 것이 아니고 증상 완화에 있다. 무슨 약을 먹든 어떤 치료를 하든 환자 본인의 증상이 경감하여 편안한 삶을 영위하면 치료가 잘 된 것이다. 연못에 사과가 떨어지자 모든 동물들이 ‘풍덩’이라는 괴물이 나타났다며 도망을 가는 동화책처럼 혹시 우리가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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