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성인의 질병으로 떠오른 홍역 2019.03.06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유행성 감염병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한다.
겨울이면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안내 방송이 반복되고, 혹여 국내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선별 진료소 운영과 관련된 안내문이 병원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럴 때마다 평상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질병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는 것은 아닌지 놀라게 된다.

 

유행성 감염병 중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은 홍역이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홍역 환자가 집단 발생하였는데 주로 홍역 예방접종 미접종자와 20~30대의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서 환자가 발생하였다. 이후 안산 등의 경기 지역에서도 산발적으로 확진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현재는 우리 병원 내에서도 홍역 환자와 관련된 안내문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메르스 때와는 달리 홍역이라는 병이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라는 것이 매우 이상한 느낌을 준다. 교과서에는 예전 어린이들에게서 유행하였으나 효과적인 예방접종을 통하여 홍역 발병률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와 있고, 심지어 국가에서 홍역 퇴치 국가 인증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계속 홍역이 문제가 되는 걸까?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고 전염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로 발열, 전신 위약감, 발진,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생기는데 중이염, 폐렴, 뇌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역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홍역이 5세 이하 영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15세 이전까지 약 90%의 인구가 홍역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홍역 백신이 전세계에서 도입되기 시작하였는데 홍역 백신의 효과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홍역 발병률과 홍역으로 인한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추정하기로는 홍역 백신을 도입함으로써 홍역 발병률은 약 87%, 홍역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84% 감소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홍역 백신은 1960년대에 국내에 도입됐고 1983년부터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됐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01년 사이 8개월간 약 5만 5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7명이 사망하는 대유행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홍역 예방접종을 2차 접종까지 마치는 아동의 비율이 낮은 것을 주 문제로 보았으며, 학동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따라잡기 일제 예방접종을 시행했고 취학 아동의 예방접종 확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홍역 2차 접종률이 99.9%까지 상승하고 홍역 발생률이 감소하면서 2006년 11월 홍역 퇴치국가로 선언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에도 산발적인 홍역 발생이 지속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인천의 모 중학교에서, 2014년에는 국민대학교 등 대학교에서 홍역 집단 발생이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20~30대의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홍역 집단 발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홍역의 발병 연령이 점점 높아지면서 어른에게 홍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면역이 질병으로 인한 면역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홍역 예방접종이 도입되기 전에는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어른이 되기 전에 홍역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과정에서 질병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모두 죽게 되고 실제 홍역을 이겨내고 홍역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만 살아 남아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른들은 모두 홍역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역 유행이 생겨도 주로 아이들에서만 국한되어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홍역 예방접종은 12~15개월에 1차 접종을, 4~6세에 2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홍역 예방접종의 효과가 우수하기는 하지만 실제 질병으로 인해 획득하는 면역력보다는 아무래도 면역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방접종 이후에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 면역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짧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방접종이 도입되면 그 나라에는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인구군이 생기게 되고, 그 연령대가 점점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이전에는 홍역 유행이 여러 번 생기고 어른들도 홍역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재확립되는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최근에는 이런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성인에서도 홍역 면역력이 예전보다 약화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홍역에 취약한 연령대가 점점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홍역에 취약한 사람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홍역에 대한 항체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1995년부터 1998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홍역 자체 혹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특히 면역력이 약한 연령대가 확인된 것이다. 우리 병원의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을 때에도 1994년에 출생한 사람의 경우 약 30%만 홍역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해외에서 홍역에 걸린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있다. 잠복기가 3주로 길고 발진이 생기기 전부터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병원 환경에서는 언제든지 소규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수년간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낮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신입직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홍역의 원내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홍역에 대한 면역력을 확인하고 홍역 예방접종을 재시행해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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